[데스크 칼럼] 중대재해가 줄어들기 어려운 이유

입력 2024-02-06 17:58   수정 2024-02-07 00:16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 골드라인에 여론의 질타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출근 시간 혼잡 역사에 소방 구급요원이 배치됐고, 버스전용차로를 김포공항까지 연장해 승객을 분산시키고 있다. 퇴근 시간에 몰리는 승객을 통제해 긴 줄을 세워 플랫폼으로 유도한다.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이런 조치가 마련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계 기관별로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런 대응 방식과 달리 사후약방문식으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작동되는 독특한 법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명칭에서 보듯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구속 등의 처벌이 두려운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유감스럽게도 효과는 기대 이하다.
예방행정 전문성 떨어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874명으로 전년보다 46명 더 늘었다. 지난해(1~9월) 사고 사망자는 590명으로 전년의 632명보다 줄기는 했다. 그러나 사망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건설업의 착공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44.2% 가까이 줄었고, 제조업 생산이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최대 폭으로 감소한 사정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 활동이 위축될수록 근로자의 사고도 줄어드는 까닭이다.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해 예방시스템에 있다. 고용부 소속 산업안전감독관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 직무와 무관하게 일반 공채로 선발하는 데다, 상당수가 순환보직을 통해 산재 예방행정에 투입되는 탓이다.

감독관 규모만큼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810명으로 2016년(350여 명)에 비해 2.3배 정도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며 인력을 대거 확충한 결과다. 이는 노동자 100만 명당 39.6명으로 미국의 12명, 일본의 16.8명보다 훨씬 많다. 이 정도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도 산업재해가 대폭 줄었어야 마땅하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과 구조다.
엄벌만능주의 벗어나야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규정도 안전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도급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책임 주체가 다르다. 정확한 해석을 묻는 기업인에게 고용부 담당자가 “변호사나 민간 컨설팅사에 물어보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근로자 안전을 위해 현장에 집중해야 할 기업의 안전관리자들이 수검용 서류 작업에 매달리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장의 공포가 증폭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현장의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재해 예방 기능을 강화하도록 산업안전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엄벌만능주의가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망령부터 걷어내야 한다. 공개처형도 불사하는 북한, 중국 등이 산업재해 예방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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