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역세권 아파트 10만弗…고층보다 저층이 더 비싸"

입력 2024-02-06 18:14   수정 2024-02-14 16:20


“평양의 집값은 강북이 비싼데, 한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정도 해요. 북한의 강남엔 지하철이 없거든요. 그런데 고층은 싸요. 엘리베이터가 안 되니까요.”(2017년 탈북자 A씨)

북한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개인 간 주택 매매·양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 주민의 70% 이상이 식량 배급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생계유지를 시장에 의존하는 등 시장화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처음 발표했다. 통일부가 전문 연구자와 리서치 기관을 통해 탈북민 6300여 명을 2013~2022년 1 대 1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3급 비밀’로 분류돼 그동안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26.8%가 주택을 양도하거나 매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00년 이전 탈북자는 이 비율이 10.7%에 그쳤지만 2016~2020년 탈북자는 46.2%까지 늘어났다. 주택 판매와 구매 시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23.3%, 18.9%에 달했다. 북한의 주택은 국가 부담으로 지어 국가가 소유하고 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 간 매매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개인 간에 사고파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생계유지는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식 소득’이 주된 소득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8.1%, 식량 구매 경로 1위가 종합시장(장마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0.5%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 중 90.7%는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배급제 붕괴 속도도 빨라졌다. 2006~2010년 탈북한 응답자 중 63.0%가 ‘식량 배급을 받아본 적 없다’고 답했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6~2022년 탈북민 중에선 72.2%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경제난을 겪은 뒤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계획경제와 배급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력 세습과 백두혈통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었다. 2006~2010년 탈북민 중에서는 36.6%만 ‘김정은 권력 승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김정은이 각종 숙청 작업 등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 2016~2020년 탈북한 이들 중에선 부정 평가가 56.3%로 높아졌다.

다만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외부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는 추세다. 외부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00년 이전 탈북민의 경우 8.4%에 불과했지만, 2016~2020년 탈북민 중에서는 83.3%로 증가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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