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을 보면 아파트 대장주가 보인다

입력 2024-02-10 07:30   수정 2024-02-10 08:02

"원베일리가 워낙 '핫'하니까…저희는 집값이 제일 비싼 곳으로 몰려가는 거죠." (서울 반포동 소재 한 증권사 지점장)

지점 통·폐합을 서두르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되레 한꺼번에 다섯 곳이나 들어선 단지가 있다. 서울 강남권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다.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려면 일단 부자 중의 부자가 사는 곳에 가 있어야 한다"는 지론 아래 증권사들은 이곳에 경쟁적으로 둥지를 틀었다. 적어도 부촌인 강남에선, 지점들의 경로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어느 단지가 아파트 새 대장주인지' 가늠하는 한 축이 된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KB국민은행은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 안에 오는 4월 중으로 새 지점(지점명 미정)을 열 계획이다. 지점은 이 상가에 입주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큰 300㎡ 규모로, 직원 30명 안팎이 근무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이미 작년 말 이곳 원베일리 상가에 지점을 열었다. 한국투자증권(래미안 퍼스티지), 미래에셋증권(효성빌딩), 삼성증권(래미안 퍼스티지·반포 자이) 등 모두 인근에 위치했던 기존 지점에서 원베일리로 점포를 이전한 것이다. 이들 지점 규모는 70~150㎡ 수준이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한 299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2021년 분양 당시 3.3㎡당 5668만원으로 신기록을 쓰며 반포 대장주 아파트로 부상했다. 최근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가 28억~29억원 수준에 거래됐다.

KB증권 지점까지 완공되면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 증권사 지점이 무려 다섯 곳이 경쟁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셈이다. 지점 직원들 사이에선 "일주일 정도 걸러서 한 곳씩 들어설 정도로 경쟁 열기가 뜨겁다"는 후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글로벌 금융 불안정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증권사들은 필수 지점만 두고 지점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유독 반포 지역에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고서도 지점을 내는 것은 고액 자산가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지점장은 "고객들은 주로 돈을 도맡아서 굴려주던 PB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해서 계좌를 옮기지는 않는다"면서도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가까운 것만 한 게 없다. 연령대가 높은 자산가들의 경우에는 아직도 디지털보다는 대면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도곡지점 PB는 "모든 동네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핵심 지점들의 경우에는 집값이 비싼 동네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며 "의외로 주식을 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신규 유치에는 확실히 이점이 있다. 증권사 지점들이 이례적으로 쏠린 단지를 보면 그 동네 대장주가 보이는 격"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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