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면 4배"…가족계좌 총동원·휴대폰 3개씩 들고 공모주 청약

입력 2024-02-08 16:36   수정 2024-02-15 16:24

마켓인사이트 2월 8일 오후 3시 41분


공모주 투자의 ‘묻지마’ 열풍은 최근 2~3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기관들까지 계좌 개설을 위해 오픈런을 벌이는 등 ‘광풍’ 수준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DS단석과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등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0% 오르는 이른바 ‘따따블’ 공모주들이 등장하면서다. 합병 전까지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에도 단타 투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앞서 상장한 IBKS제24호스팩과 대신밸런스17호스팩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각각 149%(4985원)와 225%(6500원)까지 치솟았다. 열풍이 휩쓸고 간 뒤 주가는 대체로 급락한다. 지금 이들 스팩의 주가는 공모가 수준과 비슷한 2140원, 2190원에 머물러 있다.
○기관, 공모주 ‘묻지마 베팅’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 수를 2000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운용사는 지난달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우진엔텍, 포스뱅크와 이달 상장한 코셈, 이닉스 등 7개 회사 수요예측에 대부분 참여하면서 공모주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특히 HB인베스트먼트의 사례는 공모주 투자의 병폐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HB인베는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총 277억원의 공모금액을 모집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중소형 운용사가 대부분 ‘풀베팅’했다. 1995개 기관이 가져가는 공모금액은 100만원 남짓이라 위험 부담이 없어서다. 이후 이들은 상장 첫날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거뒀다. B운용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무조건 청약을 넣으라고 지시했다”며 “금액이 적어 실패해도 타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이 ‘묻지마 청약’을 하면서 공모가는 비정상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올해 공모가격을 확정한 7개 기업 모두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보다 높았다. 27%나 높은 사례도 있었다. 공모주 수익률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기존 발행된 채권이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저리로 빌려와 펀드 자산을 늘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펀드 운용자산이 클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열기를 낮추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 시 가산점 △첫날 수요예측 참여 시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200~300% 상승한 상장 첫날 매도하는 방법이 의무보유확약을 맺어 6개월간 보유하는 것보다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공모주 수요예측 가격 결정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게 기업공개(IPO)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 가족 명의 동원해 청약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이후 자녀들의 계좌를 이용해 공모주를 청약하는 개인투자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 휴대폰 이외에 공모주용 휴대폰(공기계)을 3개 이상 가지고 다니며 청약하는 방법이다. 삼성 갤럭시의 보안 폴더 앱으로 들어가 지문인식 대신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 방법을 이용하면 휴대폰 한 개당 2개 명의로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양가 부모와 부인, 자녀, 처남까지 총 9개 계좌를 동원해 공모주에 청약하는 투자자도 있다. 최근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 명의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 IPO시장 훈풍으로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6925만 개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147만 개가 늘어났다. 대어급 IPO가 나올 때면 주식 계좌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9월 두산로보틱스 일반청약 당시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전월 대비 60만 개 가까이 늘어났다. 청약증거금 15조원이 몰린 DS단석 상장 이틀 전인 지난달 15~16일에는 활동계좌가 12만 개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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