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이재용과 삼성을 마녀화한 사람들

입력 2024-02-12 18:00   수정 2024-02-13 00:21

마녀사냥은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된다. 하지만 본질은 비이성적 야만이다.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마녀사냥 서사에 부합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참여연대 민변 진보정당 등 자칭 ‘정의의 대변자’들이 사냥 선봉대다. 그들에게 삼성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마녀집단’의 수괴로 제압 대상이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 임직원, 회계사 등 14명 기소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기업 재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방적 판결이다. 허위 정보 유포, 시세 조종, 회계 조작 등 23개 혐의 중 단 하나의 위법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주장 대부분을 비합리적 전제에 기초한 왜곡이자 논리 비약이라고 질타했다. 예컨대 승계작업 자체를 불법으로, 통상적 주가관리를 주가 조작으로 몰아간 비상식적 기소라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쟁점은 간단하다.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기업가치를 뻥튀기했느냐가 핵심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중간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켜 그룹을 장악하기로 모의한 뒤 치밀하게 분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분식은커녕 오히려 삼성의 회계 선택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더 부합한다고 결론 냈다.

의혹 제기부터 기소까지의 전 과정이 오해, 무지, 악의로 뒤범벅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년 내리 적자기업 삼바를 6조원대로 평가하고 상장한 게 분식과 특혜 아니면 뭐냐고 맹폭했다. 지금 삼바 시가총액은 그 10배인 60조원이다. 쿠팡은 11년 연속 적자로 뉴욕증시에 입성해 상장 첫날 시총 100조원을 넘겼다. 이런 게 자본시장 역동성이다.

‘삼성 저격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언행도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도 안 쓰는 ‘현금흐름 할인법(DCF)’으로 삼바 가치를 추정한 게 분식 증거라며 낯뜨거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DCF는 미래가치 산출 시 90% 이상의 빈도로 활용되는 재무기법이다.

‘삼성 마녀화’라면 물불 안 가리는 참여연대도 진보시민단체 특유의 억지를 반복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 대 0.35가 아니라 1 대 1.36이 맞는다는 주장을 폈지만 요령부득이다. 상장 계열사 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평균주가±10%’로 반(反)자동 결정될 뿐이다. 허위 공시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을 눌렀다는 비난도 ‘근거 없음’ 판정을 받았다.

악의적 선동을 제도적으로 추인한 것은 금융당국이다. 취임 보름 만에 낙마한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업무보고도 다 못 끝냈을 그 짧은 기간에 ‘삼바=분식회계’ 프레임을 확정하고 실무진의 특별감리를 독촉했다. 그가 사퇴한 뒤 김용범 증선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화룡점정은 검찰이 찍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정당성마저 부족하다며 불기소를 넘어 ‘수사 중단’까지 권고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대법원을 포함한 8번의 판결·가처분·영장심사에서 ‘범죄 입증이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도 무시했다. 판사마저 ‘삼성공화국 장학생’으로 몰아가는 좌파 시민단체를 연상시키는 행보였다.

진보진영은 반론 중이지만 수없이 기각된 주장의 재탕일 뿐이다.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는 ‘떡볶이 먹방쇼의 힘’이라며 비아냥댔다. 이 회장이 대통령의 민생 행보에 동행해 떡볶이를 먹은 걸 판결과 결부시킨 저질 공세다.

검찰 항소로 이 회장의 고초는 5년 이상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 두세 차례 재판에 출석하려면 해외 출장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폭주하는 정치권력과 무시로 그들의 칼로 전락하는 검찰에 한 용기 있는 판사가 오직 법리로 저항했다. 비합리적 마녀사냥으로부터 시장과 나라 지키기, 이재용 1심은 그 장정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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