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가 더 좋아요"…30대 퇴사자의 '반전' 사연 [이슈+]

입력 2024-02-13 19:55   수정 2024-02-13 20:46



"이직 준비에 목매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하는 게 더 편해요. 나중에 행복해지자고 그동안 고생했는데, 더는 못 버틸 것 같았거든요."

4년간 중견기업에 다니다 1개월 전 퇴사한 30대 김모 씨는 최근 '프리터족'(자유로운 노동자)이 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20대를 쉼 없이 달려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며 "언제 마음이 바뀔진 모르지만, 불투명한 미래보단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알바가 좋아' 프리터족…'자가 진단 테스트' 유행도


프리터족은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경제 불황으로 특정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며 소소한 삶을 추구한 청년들에게 붙여졌던 신조어다. 이들은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일하고 쉽게 일자리를 떠나는 성향을 보인다.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하고 자유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김씨와 같은 프리터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20~30대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프리터족'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5.45% 뛰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요새 유행하고 있다는 프리터족'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여러 차례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게시물에서 언급된 '프리터족 특징'으로는 ▲정규직 직업보단 아르바이트를 더 선호함 ▲특별한 약속이 아닌 이상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함 ▲특정 직업이나 명예, 부 욕심이 없음 ▲내가 모은 돈으로 여행 가는 게 취미 ▲최소한 비용만 벌고 그 이상 큰돈은 벌고 싶지 않음 ▲뚜렷한 미래 계획보다는 현재가 중요 등이 있었다.

유튜브에서도 프리터족과 관련한 콘텐츠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0살이나 먹고 편의점 알바하는 이유', '25살, 취업 준비 포기 선언' 등 프리터족의 일상을 다룬 브이로그 영상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자신을 '청소 알바로 먹고사는 30대 프리터족'이라고 밝힌 유튜버는 "막 살기로 했더니, 행복해졌다"고 했다. 이를 본 또래 시청자들의 응원 등 댓글이 300개 이상 이어졌다.
국내 성인 71% 프리터족 '긍정적'…취업문 닫힌 탓도

과거엔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지만, 최근엔 프리터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성인 71%는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 46.1%로 가장 많았고,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22%, '취미생활 등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서' 17%,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서' 13.3%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프리터족을 제외한 응답자에게 '앞으로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1.5%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4.3%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51.9%로 뒤를 이었다. 프리터족이 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원할 때만 일하고 싶어서'가 32.1%였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서'가 18.5%, '조직 생활이 답답해서'는 18.2%였다.

전문가들은 고용환경 악화와 평생직장이란 의미가 퇴색되면서 젊은 층의 인식 변화가 있었고,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710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채용 계획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22년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51.9%였다. 이후 2023년 79.3%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71.3%로 감소했다. 특히 복지가 좋고 보수가 좋다고 알려져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채용 규모는 67.0%로 지난해 72%보다 5% 포인트 감소했다. 중견기업도 2023년 75.9%에서 73.9%로, 중소기업은 81.3%에서 71.3%로 줄어들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비롯해 청년들의 삶의 패턴, 시간 활용, 사회·심리적 문제, 꿈의 부제, 불안감 등이 중첩돼서 나타난 결과"라며 "앞으로 프리터족 문제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할 바엔, 프리터족이 낫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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