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아버지 유산, 한국 내연녀 아들도 받을 수 있나"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입력 2024-02-15 07:00   수정 2024-02-15 11:23


재일교포 사업가인 A씨는 1964년 10월에 아내 B씨와 혼인해 그 사이에 딸 C와 D를 두었습니다. A씨는 인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지내며 회사를 경영해 많은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A씨는 2013년 7월 도쿄 소재 공증사무소에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유언공정증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언자가 보유한 모든 재산, 즉 도쿄 소재 비상장법인 발행 주식, 한국과 일본에 있는 부동산, 한국과 일본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예금을 모두 장녀 C와 차녀 D에게 균등한 비율로 분배한다. 유언자의 상속에 관해서는 유언자의 상거소가 있는 일본의 법률을 적용함을 지정한다" 입니다.

A씨는 2018년 5월 일본에서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에도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A씨가 사업차 한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알게된 X녀와 내연관계를 맺었고 아들 Y를 두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A씨는 아들 Y를 전혀 부양하지도 않았습니다. A씨 사망 후 한국에 살고 있던 Y는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글로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자산을 형성해 살다 사망하면 본국법(한국법)과 거소지법(이 사건의 경우 일본법) 중 어느 나라 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질까요? 이것을 준거법(governing law)의 문제라고 합니다. 상속법은 나라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에 준거법이 어디냐의 문제는 상속인들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예컨대 미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처럼 유류분제도가 존재합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법정상속분이 다릅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유류분이 달라지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민법은 자녀들의 법정상속분은 동등하고 배우자만 자녀들의 상속분에 0.5를 가산합니다. 일본민법은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배우자가, 나머지 절반을 자녀들이 동등하게 상속받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에게는 일본법이 더 유리하고 자녀들에게는 한국법이 더 유리해지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만약 한국법이 적용될 경우 자녀인 Y의 상속분은 9분의 2(배우자 B는 0.5가 더 많은 9분의 3)이므로 유류분은 9분의 1이 됩니다. 그러나 일본법이 적용될 경우 Y의 상속분은 6분의 1(자녀들의 상속분 2분의 1* 자녀인원수 3분의 1)이므로 유류분은 12분의 1이 됩니다. Y 입장에서는 한국법이 더 유리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Y는 한국민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에 관한 준거법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본국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77조 제1항). 따라서 원칙적으로 A씨의 국적인 한국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편 국제사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유언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피상속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을 지정한 때에는 상속은 그 국가의 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77조 제2항). 여기서 상거소라 함은, 상시 거주하는 장소(Habitual Residence)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줄곧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A씨의 상거소는 일본입니다. 그런데 A씨는 일본법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상속에 관해서는 상거소인 일본의 법률을 적용하도록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결국 이 사건에서 Y는 일본법에 따라 유류분반환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관할 법원의 문제가 남습니다. Y는 한국에 살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싶을텐데 그것이 가능할까요? 상속재산 중 일부가 소재하고 있고 유류분권자인 Y가 거주하고 있는 한국은 이 사건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어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국제사법 제2조 제1항). 2022년 개정 국제사법에서는 상속에 관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제76조). 이것이 준거법과 구별되는 국제재판관할의 문제입니다. 준거법은 위에서 본 것처럼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고, 국제재판관할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Y는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때 적용되는 법률은 한국법이 아닌 일본법이 되는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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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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