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애들은 꼭 그렇더라”는 말에 퇴사를 고민한다면…[어쩌다 워킹맘]

입력 2024-02-14 10:41   수정 2024-02-14 10:42



새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워킹맘에겐 퇴사, 휴직이라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는 시기다.

동네 지인은 초등입학에도 휴직하지 않는 나에게 ‘야수의 심장’이라고 했다. 이미 이전에 3년이 넘는 경력단절이 있었고, 육아휴직은 다 써버렸으며, 회사 내 업무 담당자가 1인인 환경이었기에 휴직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나 역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휴직이나 퇴사를 해야 할지 말지 기준은 아이의 성향
부모가 얼마나 양육을 잘했는지와 무관하게 아이에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기질이 있다. 개인적으론 아이의 기질을 잘 알고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낯선 환경과 사람에 적응이 유독 힘들고 오래 걸리는 아이라면 혹은 다른 양육자보다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아이라면 한학기나 초반 몇 개월만이라도 휴직하는 것이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돕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들이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모든 기관의 적응이 수월했고 비교적 환경 순응적인 아이다 보니 휴직없이 버텨 보기로 했다.

만약 휴직이 어렵다 해도 퇴사는 어지간하면 말리고 싶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결국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고 경제적 소득을 얻기 위한 고민이 또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돌봄교실과 이모님, 남편과의 파트너십,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동네엄마 네트워킹
생각보다 놀랐던 건 학교 내 돌봄교실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종이접기 등 간단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프로그램과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기회가 현저히 적던 아이에겐 마치 실내 놀이터와도 같은 곳이었다.

나의 경우 아이의 보육은 이모가 담당했는데, 이모복을 오복 중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처음 재취업을 하고 책임감 없이 용돈 벌이 정도로 생각하신 여러 이모님으로 인해 마음 고생이 많았다. 너무나 좋은 분을 만났지만 이사로 인한 거리문제로 인연이 끊어지게 되는 등 이모님은 워킹맘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모님을 구할 때는 동네주민이 가장 우선순위였다. 운 좋게도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무엇보다 정말 책임감 있게 아이를 케어해주는 이모님을 만났다.

나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아이 돌봄 이모님은 아파트 전단지 혹은 당근마켓의 동네 구인을 통해 구할 것을 추천한다. 그 어떤 것보다 물리적 왕복 거리와 책임감, 이 두가지를 갖춘 이모님을 구하는 것에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음 감사한 마음과 작은 성의를 표현하자. 아마 대부분의 이모님들 또한 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돌아올 것이다.

엄청나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형성되는 엄마 네트워킹
학교 돌봄과 아이가 좋아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 이후 루틴한 일과는 비교적 할만한 일이다. 다만 워킹맘은 학교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 더군다나 학교생활에 대해 별 말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아들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래서 아들이 초1 당시 학부모 모임이 고민이었다. 다만 우리 동네의 경우 대부분이 일을 하거나 휴직중인 엄마들이 많아 엄마들의 소모임이 절대적이진 않았다. 등교 때 만난 엄마&아이들과 자연스레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소소한 교류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 전반적인 팁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내 경험이 정답은 아니지만 늘 느끼는 것은 ‘네트워킹’이란 것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아이가 바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아이를 잘 살피고 바르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정말 급하거나 무언가를 확인해야 할 때, 소소한 교류는 필요하다. 다만 이 네트워킹을 위해 휴직까지 불사할 필요는 없다. 약간의 노력과 자연스러운 교류로도 충분히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 뿐더러 아이를 잘 관찰하고 케어하는 것이 네트워킹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남편이 한 팀으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사실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남편이다. 엄마들과의 라포형성은 일을 시작하며 어느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가 아이를 잘 파악하는 것이 엄마들과의 네트워킹으로 얻는 것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구글캘린더로 일정을 공유한다. 그래야만 밤늦게까지 일정이 있을 경우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두사람이 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매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함께 내리는 결정에 ‘다른 집은 어떻다더라’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육아는 양보다 질이다
마지막으로, 학교를 마치고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모이는 곳에 내 아이는 가지 못하거나 방학인데 9시까지 돌봄교실을 가는 아이를 보며 미안함과 자책감이 밀려올 것이다. 사실 이런 순간은 수없이 많다.

한 해를 보내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아이는 학습의 기본기와 잘 잡힌 독서습관, 친구와의 배려, 원만한 교우관계 등 이 시기에 중요한 몇가지들을 나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젠가 내가 전업주부 시절 ‘문제 일으키는 애들은 꼭 엄마가 일을 하더라.’ 혹은 ‘일하는 엄마들 애들은 케어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걔네들끼리 어울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아직 멀고 먼 육아의 여정이 남아있지만 일을 하는 것보다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잘 살피고 케어하는지, 때론 단호하게 떄론 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목표는 훗날 아이가 성장했을 때 엄마가 워킹맘인지 아닌지보다 자신을 얼마나 바른 방향으로 밀도있게 이끌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입학을 앞두고 퇴사, 휴직을 고민하는 후배 워킹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육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박소현 님은 올해 8살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자,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브랜드 빌딩 비즈니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프로로 제 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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