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ㅇ난감' 감독이 직접 밝힌 이재명 논란과 AtoZ [인터뷰+]

입력 2024-02-14 18:20   수정 2024-02-14 18:21



"어이가 없었죠. 꿰맞추기 같아요. 너무 억울하고 황당합니다."

이창희 감독이 '살인자 ㅇ난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후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감독은 14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 ㅇ난감' 인터뷰에서 "처음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금방 지나갈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일이 더 커지는 거 같아서 인터뷰 일정도 당기자고 한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살인자 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카타르, 홍콩, 싱가폴, 베트남 등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글로벌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7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내용이 이 대표와 연관돼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비리 혐의를 받는 건설사 회장 형정국(승의열 분)이 이 대표와 비슷한 외모로 설정된 점, 죄수 번호 '4421'이 대장동 6개 블록 시행사 제일건설의 수익 4421억원과 동일하다는 점 등 반복되는 우연이 수상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형 회장의 교도소에서 먹은 초밥도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을 당시 배달 음식과 같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는 "사실무근"이라며 "형 회장은 특정 인물과 전혀 상관없다"고 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헤프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심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면서 입을 열었다.

다음은 이 감독과 일문일답

▲ 정치 관련 이슈로 시끄럽다.

논란과 관련해선 당연히 아니니까 너무 억울하고 황당했다. 그렇게 연출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비정치드라마에, 그것도 몰래 교묘하게 녹이는건 부당하다고 생각해 일목요연하게 말씀드렸다. 숫자는 우연히 나온 거다. 진짜 우연이다. 배우분께서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는 외모라고 주장하는데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특정 정치인을 생각하지 않았다. 초밥같은 경우도 클리셰 아닌가. 재벌 회장이 교도소에서 먹는 음식이, 고급 도시락이 초밥밖에 없지 않나. 지수는 PD 이름에서 따왔다. 현장에서 그렇게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것들을 끼워 맞춰서 논란이 생기는 거 같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모니터를 했지만, 정말 이런 논란이 불거질 거라 생각도 못했다. 저도 머리를 짧게 자르면 북쪽 지도자 얘기를 듣는다.(웃음) 스타일링도 회장님 스타일이고, 원작에서도 안경을 쓰고 있고, 그대로 갖다 한 거였다.

▲ 너무 억울할 거 같은데.

처음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금방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더 커지는 거 같아서 인터뷰 일정도 당기자고 한 거다. 지금까지 헤프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관심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 개인적인 정치색을 시원하게 공개하면 해결된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게 정치 드라마가 아닌데, 제 정치색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말 궁금하시다면 제가 몇달 후에 말씀드려보겠다. 사실 크게 정치에 관심이 없다.(웃음)

▲ 사람을 죽였는데, 알고보니 모두 나쁜놈이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정말 독특했다. 알고보니 모든 게 노빈의 큰 그림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흔하지 않게 흘러가는 방향성, 통통 튀는 전개와 희한안 연출법이 연출자로서 자극이 됐다. 처음엔 고민이 됐다. '잘해봤자 본전같다' 싶어서. 그런데 CP님께서 용기를 주셨다. 전작에도 웹툰이 원작인 걸 했고, 그때 원작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원작 팬들은 뭘 해도 욕을 하는데, 그게 사랑 아닌가. 자신이 사랑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드라마가 나온다면 '이상하다' 느낄 수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우려할 때 CP님이 "숙명 아니겠냐"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

▲ 영상화하면서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보여준 거 같다. 해외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타란티노 감독은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이라 영광이다. 뭔가 참고한 작품은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참고물을 요구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장면장면은 뭘 따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연출자들은 많지만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반응엔 호불호가 있는데, 전 불호를 많이 본다. 물론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그걸 봐야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호를 보면 용기를 얻고, 감사하고. 지금은 불호를 많이 봐서 조금 힘든 상태다.(웃음) 가장 상처가 되는 불호 반응은 역시 '연출 못한다'다.

▲ 중반부 이후 송촌(이희준 분)이 나오면서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그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전 그게 좋았다. 형식의 파괴 같고, 궁금함을 이끌어 가는 거 같고. 각색 과정에서 이탕(최우식 분) 위주로 가냐, 원작과 동일한 길을 가냐를 두고 저는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송촌을 보는 맛이 있다'는 반응에 감사할 뿐이다.

▲ 이탕의 흑화에 대해 고민이 됐을 거 같다.

저도 고민이 됐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최우식 배우와도 그 감정을 세세하게 얘기를 나눴다. 연출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고, 복잡한 생각을 주입시키면 따라가기 힘들 거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 명쾌하게 가려했다.

▲ 최우식이 살인마로는 너무 여리여리하다는 반응도 있더라.

고민했다.(웃음) 원작대로라면 벌크업을 해야하는데 CG나 분장은 어색할 거 같아서 태닝도 하고 연기나 이런 걸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벌크업을 해도 잘 근육이 붙지 않았고(웃음) 그래서 빠르게 다른 방향으로 가려했다.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인다기보단 기묘한 능력으로 가는 거니까, 그래서 그 부분을 살리려 했다.

▲ 이탕과 송촌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뭐였을까.

자기만의 모순을 가진 사람들이 얽혀있고, 그들의 만남이 갖는 시너지가 재밌는 거 같다. '이런 상황이면 어때'라는 질문을 보여준 거 같다. 이탕의 능력인지 아닌지 모르는 그런 상황, 이로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이 오묘하고 재밌는 상황인 거 같다. 여기에 답을 내리고 하는 건 시청자의 몫인거 같다. 이탕의 능력이라는 것도 실제로 있다고 정답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 마지막 살인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탕이 돌아왔는지, 아닌지도 의견이 나뉜다. 시즌2에 대한 예고일까.

저는 시즌2로 염두한 건 아니었다. 아직까지 전혀 생각이 없다.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다.

▲ 손석구 배우의 아역이 CG라고 하더라.

저는 가공된 연기를 싫어한다. 다른 작품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제 아집인데, 얼추 닮은 배우 섭외해서 하는게 거짓말 같은 거다.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다'를 할 때부터 시도하려 했는데 그땐 기술력이 그만큼 안된다고 했다. 이번엔 업체를 돌면서 미팅을 했고, 오랜 숙명을 해냈다. 노빈(김요한 분)의 아역, 경아(임세주 분)의 성형 전 얼굴 등도 다 CG로 했다.

▲ 진정성 있는 연기를 원한다고 하니,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할 때에도 그 가치관이 영향을 끼쳤을 거 같다.

장르마다 필요로 하는 연기가 다르다. 사극에선 가공된 연기도 필요하고, 뮤지컬에서는 노래실력도 필요하고, 각자 필요한 연기가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리얼리티 연출을 좋아한다. 그런게 캐스팅할 때 고려가 되기도 했다.(웃음) 전 너무 대사대로만 해도 NG를 낸다. 그런데 출연 배우들 모두 날 것의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 아닌가. 제가 캐릭터에 고민이 될 때 대사도 직접 써보라고 했다. 노빈 역의 김요한 씨도 '군검사 도베르만'이라는 작품에 출연하셨지만, 그땐 보지 못했다. 추천을 받아 만나봤는데, 생각하는 것도 노빈 같더라. 엉뚱하고. 그래서 연기하지 말고 본인이라 생각하고 대사를 하라고 했다. 더 노빈같더라. 그를 보며 현장 사람들 모두 '노빈이다' 했다.

▲ 캐릭터이 신기할 정도로 모두 비호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계속 볼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했을 거 같다.

그래서 초반엔 다들 빨리 해치웠다(웃음), 양아치 캐릭터들도 바로바로 쳐단하면서, 답답함을 느낄때 제거되는 그런 수위 조절을 했다.

▲ 원작자의 반응도 궁금하다.

보시고 나서 '8번씩 정주행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극찬을 해주셨다.(웃음) 원작자님이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하시더라. 제가 그 말을 하는 게 너무 민망하지만. 전 바뀐 부분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고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고마웠다.

▲ 제작발표회에서 '많은 도전이었다'고 했다.

많은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다채로운 작품, 희안한 작품을 또 언제할 수 있을까 싶다.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됐다. 사실 연출자들이 시간이 많다. 저도 '타인은 지옥이다' 이후 이 작품이 5년 만에 나왔다. 뭘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안할려야 안할 수 없다. 지금도 끝나고 몇개월이 지나면서 악플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걸 더 잘해야겠다'고 고민하지 않을까. 그렇게 발전하는 연출가가 되려 한다.(웃음)

▲ 이 작품은 사적복수와 공적인 처벌에 대해 동시에 화두를 던진다.

형사인 난감(손석구 분)은 공적으로 죄를 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사적복수를 하지 않나. 하지만 드라마는 판타지다. 그런 부분 때문에 용인되는 거 같다. 그리고 누구나 이탕같은 존재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저는 아니지만(웃음)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 무서운 걸 못본다고 하는데 작품은 또 선혈이 낭자하다. 연출하면서 힘들지 않았나.

원래 무서운 걸 못본다. 귀신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깜짝 놀래키는 걸 정말 싫어하고, 보는 것도 싫어하고. '타인은 지옥이다' 할 때에도 귀신이 '빵' 나오는게 아니라 서서히 나온다. 확실히 다르다.(웃음) 그런제 제가 어두운 걸 좋아하는 거 같다. 멜로 시나리오를 써도 꼭 누가 죽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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