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부터 기다렸어요"…강남 신세계에 '구름 인파' 몰린 이유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4-02-15 15:26   수정 2024-02-15 16:21


"부산에서 유명한 빵집 '초량온당'이 여기에 매장을 냈다길래 아침 9시부터 와서 기다렸어요."

15일 오전 10시께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식품관. 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인데도 빵을 사려는 고객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벨기에 명품 초콜릿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한국 1호점, 프랑스 파리에서도 줄서서 먹는다는 빵집 '밀레앙'의 글로벌 1호점을 비롯해 전국 빵지순례 맛집을 한 데 모은 국내 최초 빵 편집숍까지 40개가 넘는 디저트 브랜드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 디저트 전문관

지난해 백화점 중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이날 5300㎡(1600평)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공개했다. 공사에 돌입한 지 6개월 만이다. 국내에서 디저트 브랜드로만 구성된 전문관이 문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개점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의 대대적인 식품관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스위트파크를 시작으로 와인 전문관, 프리미엄 푸드홀 등이 차례로 오픈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약 2만㎡(6000평) 규모의 식품관이 완성된다. 이 정도 규모의 식품관은 글로벌 백화점 중에서도 최대 수준이다. 영국 런던 해로즈 백화점의 '더 푸드홀',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르 고메' 등 세계적인 백화점의 식품관에 비견되는 글로벌 미식 문화 공간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디저트파크에 입점한 디저트 브랜드는 총 43개. 빵, 케이크, 초콜릿, 파이, 구움과자, 약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디저트가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유명 디저트 브랜드의 '한국 1호점'들을 비롯해 국내 유명 베이커리의 메뉴를 엄선해 모은 베이커리 편집숍도 들어섰다. 유명 도너츠가게 '노티드'의 첫 젤라또 매장도 있다.

고객이 주문하면 눈앞에서 바로 디저트를 조리하는 고급 디저트 바(bar)도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 '메종 엠오'의 새 브랜드 '비스퀴테리 엠오'에서는 꼬냑에 불을 붙여 향을 입히는 '플람베' 방식으로 크레페를 만들어준다.
◆F&B로 매출 확대 노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대대적인 식품관 리뉴얼을 하고 있는 건 백화점의 차세대 먹거리가 '식품(F&B)'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발(發) 보복소비 영향으로 그동안은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고객을 유치해왔지만, 최근 들어 명품 성장세가 둔화하자 F&B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단가가 낮은 F&B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삼아 방문 고객 수와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으면 명품 소비는 확 줄지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F&B에는 돈을 쓰는 만큼 이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 침체기에 가장 효과적인 집객 수단이 F&B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소비자 데이터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을 보면 백화점 방문 목적으로 '식품'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6.5%로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디저트 전문관을 가장 먼저 공개한 것도 디저트의 집객 효과가 가장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화려한 모양과 다양한 제품 구색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쉽고, F&B 카테고리 중에서도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 디저트파크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몇천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1020대부터 5060대까지 넓은 연령층의 고객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쟁사 대비 F&B의 매출 비중이 낮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식품관 강화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명품에 특화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F&B 비중이 10%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백화점들의 평균 식품 매출 비중은 13%대다. 이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조성해 F&B를 키울 경우 전체적인 매출 볼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도 F&B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여의도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은 90여개의 F&B 매장이 있는 국내 최대 식품관(1만4800㎡)으로 고객을 유인했는데, 이 전략이 패션 매출 증가로까지 이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이 지난해 18년 만의 식품관 리뉴얼로 프리미엄 다이닝 홀인 '가스트로테이블'을 열었고, 롯데백화점도 인천점을 시작으로 '뉴 프리미엄' 식품관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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