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입 "박민영처럼 노출 의상 입고 출근했다간…" [이슈+]

입력 2024-02-15 21:01   수정 2024-02-16 09:35


최근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박민영의 '출근룩'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됐다. 대기업 식품회사 대리 역할을 맡은 박민영은 한쪽 어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오프숄더' 상의를 착용했다. 누리꾼들은 "누가 회사에 이런 옷을 입고 다니냐"며 "너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0대 회사원들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자율복장제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무늬만 '자율'일 뿐 여전히 암묵적인 '복장 규정'이 존재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에 성공한 2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자율복장이 더 어렵다", "사실상 말만 자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늬만 '자율복장제'에 신입사원 '혼란'
"규정은 분명 자율복장이랬는데 출근해보니 모두 갖춰 입는 분위기더라고요."

최근 대기업 사무직으로 취업한 김모 씨(28)는 "회사의 방침은 자율복장이지만, 눈치껏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입어야 하는 느낌"이라며 "친구들과 이야기 해봐도 사람마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 기준이 애매하니 출근 복장을 고르기 참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취준생 시절 잠시 근무했던 IT 기업은 완전히 자율 복장이었다"며 "당시 추리닝을 입고 출근하는 분들도 많았다. 같은 '자율복장' 규정인 회사라도 분위기가 모두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신입 은행원인 이모 씨(28)도 선배들의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는 "규정에는 '청바지 포함한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적혀 있는데 지금까지 청바지 입은 분을 한번도 못 봤다"며 "지점 출근 첫날 고민 끝에 정장 차림으로 출근했는데 당분간 계속 정장을 입으려 한다"고 전했다.

3년차 직장인 김모 씨(28)도 여전히 출근 복장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셔츠와 슬랙스 조합만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보는 상사도 있고, 니트와 청바지까지 비즈니스 캐주얼로 보는 분도 있다"며 "주로 사무실에서 내근하는 직무라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일이 적은데 불편한 슬랙스와 셔츠를 매일 입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취준생 57% "기업 선택 시 자율복장 여부 고려"
출근 복장은 이미 취준생 사이서 중요한 기업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6월 한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결과에 따르면 '자율복장제' 시행 여부가 기업 선택의 중요 요소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7%에 달했다.

선호하는 사내 복장 유형으로 '정장'을 선택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42%로, 41%를 기록한 '자율복장제'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사내에서 입을 수 있는 세부 복장으로는 반바지와 모자, 추리닝이 각각 48%, 38%, 23%의 선호도를 기록해 과도한 노출이 있지 않은 한 복장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보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율복장 규정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시선이나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혼자만 튀는 옷을 입었을 때 분명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복장은 집단을 구분하는 가장 쉽고 형식적인 방법이다. 유사한 옷을 입으면 동일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상호 동질감을 느끼는데 이것을 '호모필리(Homophily)' 현상이라 부른다. 임 교수는 "상호 동질감을 강화하기 위해 복장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번 형성된 동질감은 외부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예컨대 학교는 1984년부터 두발, 복장 자율화가 시작됐는데도 교복이 부활했고, 두발이나 겉옷에 대한 규정들이 2000년대까지 이어지지 않았느냐"며 "직장은 자율 복장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채 안 됐다. 실제 업무 현장까지 적용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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