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vs 노동계' 극명하게 갈렸다…앞길 깜깜한 연금개혁

입력 2024-02-16 13:37   수정 2024-02-16 13:53



연금개혁에 대한 '민의(民意)'를 도출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 경영계와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국민연금 개혁 없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전망에도 국회와 정부가 모두 구체적인 개혁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에 결정이 맡겨진 상황이다.

하지만 공론화 첫날 시작부터 양대축인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며 난관을 예고했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보험료율을 높이는 '더 내는' 개혁에 대해 중소기업 측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대기업들은 세금 등 전체적인 부담 완화를 전제로 내걸었다. 노동계는 '더 받는' 개혁 없인 보험료율 인상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소득대체율 경영계 40% 유지, 노동계 50% 인상 '평행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16일 국회 본청 5회의장에서 '이해관계자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회와 정부가 2022년 하반기부터 진행해온 연금개혁 논의에 대한 경영계, 노동계, 청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자리로 4월까지 이어지는 공론화 절차의 '첫 단추'다.

이날 공청회엔 경영계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노동계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했다. 농민 대표로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청년층을 대신해선 청년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논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기초연금과의 연계 개혁, 세대간 형평성 개선 방안에 맞춰졌다. 논의의 전제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지난해 최종보고서에서 제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2062년 고갈), '보험료율 15%로 인상, 소득대체율 40% 현행 유지(2071년 고갈)'안이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각 단체가 제출한 진술문에 따르면 가장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 것은 '더 받는'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경총과 중기중앙회는 현행 40%를 유지하거나 필요하다면 추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소득대체율 인상은 미적립 연금부채 증가로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로 과연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에서 개혁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소득 보장의 방법은 국민연금 강화보단 개인, 농지, 주택,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중층적 노후소득 보장체제 강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경영계의 생각이다.

반면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것을 고수했다.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재 국민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62만원으로 1인가구 중위소득의 27%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소득대체율론 미래세대도 노인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인해 늘어나는 급여 부담은 재정 투입과 기업 부담 확대로 충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제강 한노총 정책2본부장은 "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현재 5대5인 사용자·근로자간 부담비율을 6대4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지만 유사 집단 내에서도 시각차가 드러났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총은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퇴직금, 법인세, 상속증여세, 건강보험 등 4대보험, 각종 부담금 등 기업 부담의 총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는 "보험료율 인상은 최후수단"이라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이미 2021년 기준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42만1000원의 법정노동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겐 큰 부담"이라며 "(보험료 인상보단)수급 연령 상향과 소득대체율 인하, 연금액 자동감액장치 도입 등 지출 통제방안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이 보험료율 인상의 전제"란 입장을 고수했다.
○기초연금 개혁두고도 "빈곤층에 두텁게" vs "국민 80~90%에 지급" 충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은 다른 영역에서도 계속됐다.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과 수급개시연령(65세)간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크레바스' 문제를 두고 노동계는 수급개시연령을 높이지 말고 의무가입연령을 높여 일치시킬 것을 요구했다. 한노총 류제강 본부장은 "정년을 연장하고 의무가입연령과 수급연령을 모두 통일시켜 소득절벽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재의 소득 크레바스는 계속고용 등 일자리 창출과 다층연금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임영태 경총 본부장은 "늘어난 수급연령까지 소득기회를 넓히는 차원에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수 있게 하는 여건 조성이 더 중요하다"며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단 계속고용 여건을 조성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이견이 극명했다. 경영계는 현재 소득하위 70%으로 설정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저소득층 중심으로 축소하되, 대신 더 두텁게 보장해 노후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동계는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지급 대상 80~90%로의 확대, 국민연금과 동시 수급시 이뤄지는 연계감액 폐지 등을 주장했다. 기초연금을 '선별복지'로 갈지 '보편복지'로 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완전히 갈린 셈이다.

세대간 형평성 문제에 대한 시각도 반대로 갈렸다. 경총은 "세대간 형평성 문제의 핵심은 기금고갈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라며 "이는 결국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라 규정했다. 반면 노동계는 "세대간형평성 담론이 미래세대 부담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소득보장성을 낮추기보단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지난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제시한 연령그룹별 차등보험료율,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연금개혁의 핵심인 '모수개혁'에 대한 이해관계자 단체 간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면서 앞으로의 공론화 절차도 험난한 길을 예고했다. 공론화위는 이달 중 근로자·지역가입자 등 비전문가 50인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을 구성해 그간 국회와 정부 중심으로 꾸린 의제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어 500명의 국민 대표단을 구성한 뒤 그간의 연금개혁 논의에 대한 학습을 거쳐 4월 중 연금개혁에 대한 '학습된 여론'을 도출해낸다는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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