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대로 털어먹자"…1.2조 내놓으라는 '단타 세력' [박의명의 K-신토불이]

입력 2024-02-16 14:41   수정 2024-02-16 16:01


“제대로 걸렸네요. 곳간 다 털어서 뼈까지 발라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5곳의 주주제안이 공개되자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안도의 한숨이 뒤섞여 나왔습니다.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을 노골화하는 행동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이 타깃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긴 것입니다.

지난 14일 공시에 따르면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해당 안건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주주총회 상정됩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총 1조2364억원으로 올해 회사 잉여현금흐름을 크게 초과합니다. 벌어들이는 돈을 다 끌어와도 요구에 맞출 수 없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972억원 영업이익을 벌었습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5000억원입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펀드의 요구는 삼성물산이 역대급 주주환원에 나선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 삼성물산은 1조원어치에 해당하는 보통주 781만여주(지분율 4.2%)와 우선주 16만주(9.8%)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대기업 중 삼성물산만큼 주주환원에 나선 곳은 없습니다.

주주환원 효과가 반영되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한 달 새 27.8% 올랐습니다. 이 기간 유가증권 시가총액 상위 50개 대기업 가운데 6위입니다.

흔한 주장은 삼성물산은 지주사이기 때문에 잉여현금 대부분을 주주환원에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주사로 볼 수 없습니다. 건설, 상사, 패션, 레저 등 자체 사업 비중이 높고 신사업 끊임없이 발굴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10년 전 자체 사업으로 9260억원 영업이익(2014년)을 벌었지만 2020년 2781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2021년과 2022년에도 7000억원대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건설 업황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패션과 레저는 장기 불황에 빠졌습니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 SMR(소형모듈원전), 암모니아 등 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남는 재원이 있다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에게도 유리합니다.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 5곳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5%에 불과합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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