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들은 명분 없는 투쟁으로 국민에 맞서지 말라

입력 2024-02-18 17:52   수정 2024-02-19 07:06

서울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은 이미 수술을 연기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의료 대란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들을 말리기는커녕 지지하고 나섰고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 대학 대표들은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정부가 전문직 면허 숫자를 늘리는데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직역이 또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 임금 인상 같은 이유가 아니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가 파업을 불사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의사 수를 4만3000명가량 늘렸지만 의사협회는 오히려 증원에 찬성했다. 독일은 9000명이 넘는 공립 의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은 2020년 42개 의대에서 총 8639명을 뽑았는데 2031년까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대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의사단체의 논리도 과장에 가깝다.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늘어나는 학생을 가르칠 교수진이 충분하냐다. 정부는 지난해 40개 의대에서 정원 확대 수요를 받아 수용 가능 여부를 검증했다. 둘째, 정원 확대로 의대 입학생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런데 과거엔 의대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때 입학한 학생들이 지금 의사나 의대 교수가 돼 있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단체의 주장은 자승자박이다.

의사단체는 과거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막아섰다. 비대면 진료처럼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 수용에도 저항해왔다. 그러면서 일부 의사는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전 의사협회장)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다. 이러니 ‘밥그릇 지키기’ ‘특권 의식이 도를 넘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의사는 우리 사회 최상위 소득계층이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업 종사자의 연평균 소득은 2021년 기준 2억6900만원으로 2위 회계업 종사자(1억1800만원)나 3위 변호사(1억1500만원)의 2배 이상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4년 1억7300만원보다 55.5% 늘었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구매력 기준 연간 임금소득은 2020년 19만2749달러로 통계가 잡힌 28개 회원국 중 최고였다. 여기엔 의대 증원 반대 등 의사단체의 ‘기득권 지키기’ 영향이 컸다.

최근 한국갤럽의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이었다. 부정적 응답은 16%뿐이었다. 여야 지지층 사이에도 별 이견이 없었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지역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물론 많은 의사가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상당수 의사는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이 의사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사들이 냉철하게 마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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