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단체와 갈등 재점화…삼쩜삼 후폭풍 몰아친다[위기의 플랫폼 IPO①]

입력 2024-02-20 09:39  

이 기사는 02월 20일 09: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가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에서 미승인 된 뒤 한국세무사회 등 직역 단체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세무사회가 그동안 한국거래소에 신중한 심사를 해달라며 요구해왔던 만큼 결국 거래소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다른 전문직 플랫폼 기업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다수가 직역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향후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삼쩜삼' 사업 지속성 미비에 '발목'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비스앤빌런즈는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정을 받은 뒤 기존 주주사 등과 향후 행보를 논의하고 있다.

적지 않은 주주가 한국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까지 받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지속 가능성 및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결정에 따른 공모자금 활용처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미승인 사유로 전해진 가운데 해당 내용은 거래소 시장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자비스앤빌런즈와 한국세무사회의 갈등이 거래소의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점도 시장위원회 재심 카드를 고려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자비스앤빌런즈가 2021년 4월 세무 대리 자격 없이 세금 신고를 대행하고 알선한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사건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자 고발인 이의 절차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넘겨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이 작년 11월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한국세무사회 등은 다시 서울고검에 항고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 심사 미승인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세무사회는 거래소 결정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세무사회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상장을 승인하면 세무대리질서의 혼란과 납세자권익 침해는 물론 사업성 부족과 사법리스크로 인해 엄청난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IB 업계에선 이번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이 난항을 겪으며서 사실상 다른 전문직 플랫폼의 IPO도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전문직 플랫폼 가운데 가장 먼저 IPO에 도전했던 곳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사업모델이 국세청 및 다른 세무사의 서비스와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전문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플랫폼 기업도 IPO 심사 통과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남일 같지 않다"는 전문직 플랫폼
2010년대부터 플랫폼 사업자가 여러 분야에서 속속 등장한 이후 전문직 업계에서도 각종 플랫폼이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삼쩜삼을 비롯해 법률 플랫폼 로톡, 로앤굿, 로시컴 등이 등장했으며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플랫폼 직방 등이 그 대표적 예시다.

초창기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해 운영자금 및 플랫폼 구축을 이룬 곳들이다.

다만 대부분이 기존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로톡, 로앤굿, 로시컴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수년째 대립하고 있다.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직방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과 번번이 부딪히는 관계다.

기존 직역 단체는 전문직 플랫폼 기업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직 플랫폼 기업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쉽고 편리하게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혁신 서비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른 전문직 플랫폼 기업 및 주주사 등이 자비스앤빌런즈의 IPO 난항이 남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들은 한국거래소가 자비스앤빌런즈의 사업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배경에 한국세무사회 등 직역 단체와 지속적인 갈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모델 자체의 문제라기엔 해외에선 이미 롤모델로 삼을 만한 세무회계 플랫폼 상장사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인튜이트는 개인 세금 신고 및 환급 플랫폼인 터보텍스 운영사다. 매출 19조원, 자산 37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245조원에 달한다.

한 전문직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만약 기존 직역 단체와 갈등이 IPO 무산의 이유 중 하나라면 사실상 추가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다”며 “직역 단체가 있는 영역에 속한 플랫폼 기업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VC가 이들 전문직 플랫폼에 투자한 만큼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이 핵심인 만큼 회원사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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