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제학자 70% "은행 ELS 판매금지 정책은 부적절"

입력 2024-02-20 08:25   수정 2024-02-20 11:00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고 해서 금융상품 판매 자체를 막는 것은 무식한 행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겸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국내 경제학자 10명 중 7명은 정부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서의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가 문제라면 소비자가 손실 가능성을 보다 잘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상품 판매 자체를 막으면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받고 금융산업이 위축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0~16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15개 주요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29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은행에서의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자 46명 중 32명(69.6%)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정책이지만 적절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은) 판매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를 감독하고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의 신탁판매업은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 원칙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며 “은행이 잘못된 판매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아예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정책은 시장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은) 전체 금융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판매 상품의 위험도를 고객에게 보다 실효성 있게 제공하는 방식의 제도 보완이 바람직하며 금융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은행에서의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을 찾는 고령자들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안전하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홍콩H지수 ELS와 같이 손실이 발생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복현 원장의 설명이었다.

다만 이복현 원장은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점포에서 ELS를 판매하는 게 바람직한지, 혹은 자산관리(WM) 조직이 있는 은행 창구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게 바람직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설문 응답자의 30.4%(14명)는 ELS 판매 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기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라임·옵티머스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로 관련 법과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하지만, 금융상품 판매 기관의 위험 공시 및 소비자보호는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장치가 정착되기 전까지 은행에서의 파생금융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정책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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