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조원 판 개미…초전도체·원격의료엔 18조원 '빚투'

입력 2024-02-21 17:53   수정 2024-02-22 01:28

이달 들어 단기 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늘고 있다. 정책 기대로 재조명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서 추격 매수가 나오고 있는 데다 코스닥시장 2차전지주와 테마주를 중심으로 신용잔액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빚투’ 한 달 만에 18조원 복귀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신용공여잔액은 18조194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잔액은 전날 18조1301억원으로 지난달 22일(18조777억원) 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18조원대로 돌아왔다.

지난달 17일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36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8조8227억원, 기관은 1조70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PBR이 낮은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되자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저PBR주와 코스닥 일부 종목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빚을 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신용잔액은 지난 1일 기준 989억원이었지만 전날 1634억원으로 645억원 늘었다. 금융주와 2차전지 종목에서 신용잔액이 증가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신용잔액이 142억원,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123억원, 79억원씩 늘었다. 에코프로의 신용잔액은 1일 1422억원에서 20일 기준 1601억원으로 증가했다.
○초전도체·원격의료주 등 과열 양상
코스닥시장에서 테마주가 급등하는 것도 신용잔액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인성정보는 의료계가 대대적인 파업에 나서면서 원격의료주로 각광받아 최근 1개월(1월 23일~2월 21일) 사이 주가가 77.7% 급등했다. 비슷한 원격의료주로 꼽히는 비트컴퓨터(35.4%), 케어랩스(66.2%) 등도 큰 폭으로 주가가 뛰었다. 인성정보의 신용잔액은 전날 기준 113억원으로 한 달 사이 189.7% 늘었다.

초전도체 관련 종목도 관련 연구자들이 실험 내용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서남은 최근 한 달 사이 78.7%, 신성델타테크는 65.6%, 씨씨에스는 162.5% 올랐다.

증권가는 일부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델타테크는 이날 장중 주가가 18만4800원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급락해 종가 기준 12만2400원까지 내려갔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이날 코스닥시장 5위까지 올랐다가 8위로 다시 내려갔다. 서남 역시 이날 장중 1만2650원까지 올랐지만 종가 기준 8600원으로 빠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을 이끈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다음주를 기점으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상승률이 높은 종목 일부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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