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한국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로스쿨 정원이었다.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의 국회 의결을 앞두고 있던 당시 변호사단체들이 변호사 증원을 최대한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으로 연간 700명의 신임 변호사와 300명의 판·검사가 배출되던 때였다. 변호사 단체들은 “함량 미달 변호사가 대량 배출돼 국민들이 질 떨어지는 사법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의사들이 하는 주장과 비슷하다.
변호사단체는 로스쿨 정원 1200명을, 학계는 3000명을 주장하며 맞섰다. 결국 2000명 정원으로 2009년 로스쿨이 개원했고, 2012년 사법시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변호사시험이 처음 시행됐다. 10여 년 새 변호사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수는 3만4672명으로 2012년(1만4534명) 대비 138% 증가했다. 로스쿨 도입으로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변호사 수가 연 1700명대까지 늘어난 결과다. 2007년 변호사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법률서비스 품질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변호사 전문직의 사례처럼 의대 정원 확대가 전체 의료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저변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세청이 집계한 2022년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8조1861억원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내 변호사 시장을 제외하고도 2012년(3조6096억원) 대비 127% 커졌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수요가 늘며 사내 변호사 시장도 급증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만 2011년 570명에서 현재 2612명으로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변호사 수가 늘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변호사당 소득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법률시장 규모를 등록변호사 수로 나눠 산출한 1인당 매출은 10여 년간 평균 2억2000만~2억5000만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중소 로펌은 세무·회생·중소기업 등 세분한 전문성을 앞세워 경쟁하며 법률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국내 변호사가 전문 분야로 등록한 건수는 8161건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2010년(725건)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법원·지원이 없는 지방 도시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도 늘었다. 로스쿨이 있는 지역이나 고향을 찾는 변호사가 많아져서다. 2018년 6732명이던 지방 변호사는 지난해 8440명으로 25.3%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 등록한 변호사는 1만9106명에서 2만6232명으로 37.2% 증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시장은 전문가 공급 확대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허란/김진성/민경진/권용훈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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