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 쉼터 갔는데 위자료 못 받다니…2심서 뒤집힌 이혼소송

입력 2024-02-23 11:40   수정 2024-02-23 13:27


남편의 폭행을 못견뎌 쉼터로까지 피신했던 50대 여성이 이혼소송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위자료를 지급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교활동을 두고 20년 넘게 부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보고 양쪽 모두 혼인관계가 파탄난 데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가사1부(재판장 김진석 부장판사)는 A씨가 아내인 B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란 이혼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최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부부 양쪽 모두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위자료 판결을 취소했다.

A씨는 B씨와 1996년 결혼한 뒤 28년간 부부로 지내면서 종교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B씨가 자녀들을 데리고 교회를 다니는 것을 A씨가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부부 싸움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명절 때도 B씨가 신앙을 이유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 매번 다툼이 반복됐다.

A씨가 B씨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갈등 양상이 더 극대화됐다. B씨는 2008년 9월 A씨의 폭행으로 입술과 구강, 가슴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B씨는 그 해 말 지역 가정법률상담소의 법률구조를 받아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자녀들과 함께 집을 나와 수도권의 한 쉼터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B씨는 자녀 양육 문제 등으로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A씨와 다시 부부관계를 이어갔지만 그 후에도 종교활동에서 비롯된 다툼은 계속됐다.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한 B씨는 2021년 4월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A씨와 별거생활을 시작했다.

1심을 맡은 청주지방법원은 지난해 4월 B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혼의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판단해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곧바로 항소한 뒤 “부부 양쪽의 이해와 배려 부족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논리를 더욱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B씨가 거실 탁자 유리를 깨뜨리고 달려드는 등 먼저 폭력을 행사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항소심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반영해 이번 이혼은 부부의 쌍방책임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위자료 지급내용도 없던 일로 했다. 2심 재판부는 “종교적 가치관 차이에 따른 갈등이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양쪽 모두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양상이 반복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와 B씨의 책임은 대등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폭행을 두고는 “A씨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지만 B씨도 다소 폭력적인 행위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A씨의 폭력이 일방적이고 악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거 이혼소송 취하 이후 A씨의 폭행을 뒷받침할 증거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자료 취소와 별개로 부부의 재산분할 비율은 A씨가 60%, B씨가 40%로 결정됐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B씨는 A씨로부터 약 3억8000만원어치 재산을 받게 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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