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발레의 만남…'전설의 무용수' 자하로바가 춘다

입력 2024-02-22 17:04   수정 2024-02-29 17:08


럭셔리는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
- 가브리엘 샤넬


“육체의 자유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가브리엘 샤넬의 옷은 ‘해방의 패션’이었다. 그는 편안하지만 우아한 여성복을 세상에 내놓아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옷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했다. 그 시작은 모자였다. 1900년대 초반 유행한 여성 모자는 꽃과 레이스 등 각종 장신구로 화려하게 꾸며져 무겁고 불편했다. 27세의 샤넬은 이런 유행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작고 가벼워 활동성이 좋은 여성 모자를 선보인 그는 단숨에 파리 패션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샤넬은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여성복에 과감히 칼질하며 패션 혁명을 이끌었다. 땅에 질질 끌리던 치마 대신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샤넬 라인’ 스커트, 가벼운 소재의 저지 원피스, 남성복에만 쓰이던 검은색을 사용한 드레스를 내놓았다. 코르셋으로 옥죄이던 여성의 몸을 해방한 샤넬은 남성 중심 패션계의 벽을 허물고 여성 패션의 전설이 됐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샤넬이 또 다른 벽을 넘어섰다. 장르를 초월해 발레와 만난 것. 패션과 무용계의 이목을 동시에 집중시킨 ‘모댄스’가 오는 4월 한국에 온다.
샤넬과 발레가 만나다
모댄스(MODANSE)는 ‘패션’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모드(Mode)’에 ‘춤’을 의미하는 ‘당스(Danse)’를 합친 말이다. 발레에 패션을 접목한 이 작품은 2019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두 편의 단막 발레 ‘숨결처럼’과 ‘가브리엘 샤넬’로 이뤄진 더블 빌 작품으로 몇 개의 장면이 단편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샤넬의 상징적인 드레스만큼이나 모던하고 미니멀한 무대가 특징이다.

첫 번째 발레 ‘숨결처럼’은 구조적이고 절제된 바로크 음악에 맞춘 신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헨델의 음악 위로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두 명의 무용수가 2인무를 펼친다.

두 번째 작품 ‘가브리엘 샤넬’은 고전 복식에서 여성의 몸을 해방한 가브리엘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다. 앞서 ‘숨결처럼’의 무용수들이 코르셋을 입었다면 ‘가브리엘 샤넬’ 무대에서는 코르셋을 없애는 데 앞장선 샤넬의 옷을 몸에 두르고 춤춘다. 샤넬이 카바레에서 공연하던 시절과 아틀리에에서 수련하던 모습, 모자 디자인으로 시작한 패션계 데뷔, 승마와 골프 등 사교 클럽에서 패션쇼 무대까지 아우른다. 샤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두 남자, 에티엔 발장과 아서 카펠도 등장한다.

무대 의상은 샤넬과 협업해 만들었다. 샤넬 패션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의상 디자인에 참여해 80여 벌의 무대 의상을 선보인다. 샤넬을 상징하는 흰색 모자와 트위드 재킷을 착용한 무용수들이 가브리엘 샤넬이 패션을 통해 불우한 환경, 시대의 가치관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몸짓으로 펼쳐낸다. 샤넬의 의상과 발레의 움직임이 ‘자유’라는 샤넬의 철학을 통해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살아있는 전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무대의 절정은 볼쇼이발레단에서도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다. ‘자하로바의 밤’이라는 공연 부제에 나타나듯 모댄스는 자하로바 없인 불가능한 공연이기도 하다. 나이 40을 넘긴 지금도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자하로바는 173㎝의 큰 키와 긴 팔다리, 작은 얼굴로 ‘신이 내린 몸’이라는 극찬을 받는 무용수.

그는 1976년 소비에트연방(현 우크라이나)의 작은 도시 루츠크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던 해 키예프(키이우) 안무학교에 입학해 15세에 바가노바 프리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명문 발레 교육기관인 바가노바아카데미에 월반 기록을 세우며 편입했다. 17세에 졸업과 동시에 키로프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1년 후 프리마 발레리나로 승급했다. 10대에 전막 발레를 이끄는 주역 무용수로 비상한 자하로바는 수많은 발레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번이나 수상한 그는 ‘프리마 발레리나 아솔루타’로 불린다.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리나에게만 주어지는 칭호다. 4년 만에 한국을 찾는 자하로바는 볼쇼이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샤넬의 명작을 입고 춤을 출 예정. 현재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의 에투알이자 볼쇼이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로 활동하고 있다. 모댄스는 오는 4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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