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10년 전 최경환 경제팀을 연상시킨다. 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7월 취임과 함께 “이대로 가다간 한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아베노믹스,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폈다. 대표적인 게 기업소득환류세제였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가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지원책이다.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경제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세 개의 화살(금융·재정·성장)이 구체화하던 시기다. 아베 내각의 경제 책사인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을 자본시장에서 찾았다. 그해 8월 ‘주주권을 강화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130쪽짜리 ‘이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돌이켜보면 일본 증시 부활의 신호탄이 쏘아진 순간이다.
일본의 증시 부양책을 모방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급조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1월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관련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새해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 증시가 유독 뒷걸음질 치던 상황에서 불쑥 등장한 게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한 달 전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다.
그러나 역발상의 시각도 의외로 많다. 정부도 이제 시장 무서운 줄 안다는 것이다. 총선을 넘어 3년 뒤 대선을 바라보고 깜짝 대책을 쏟아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패스트 팔로(fast follow) 전략이 성공하려면 시장에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따른 법인세 감면, 배당 분리과세 정도로는 어림없다. 주가를 짓누르는 상속·증여세의 구조적 문제를 어떤 식으로라도 건드려야 한다. 기업에는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주는 대신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파격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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