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 상납, 여자의 촉"이라더니…돌연 '반성문' 왜? [이슈+]

입력 2024-02-24 07:20  


약 2년 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여성이 개혁신당에 합류하자 돌연 반성문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미래에서는 이 여성의 글이 '전향서'에 가깝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만 함께하려 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개혁신당에 입당한 옥지원 전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불거졌던 2022년 6월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썼다.

"성 상납은 성매매보다 더 나쁘다. 이준석은 한 번도 '나는 성 상납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 처음 이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준석이 페북에 올린 글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강용석의 주장은 허위이다'였는데, 여자의 촉으로 '아 이 사람 했구나'라고 직감했다. 여자들이 말하는 여자의 촉이란, 근거 없는 느낌이 아닌 평생 남자들을 경험하며 쌓인 'X소리를 미리 포착해내는 빅데이터'다. 국민의힘은 승장인 이준석을 읍참마속 해야 한다. 이 나라의 절반인 여성들은, 이 사회는 절대로 그런 자를 납득할 수 없다."

이랬던 옥씨의 입장은 2024년 2월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옥씨는 '여자의 촉 발언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짐을 용기 내 결자해지하려 한다. 지난날 이준석 대표님께 했었던 '여자의 촉' 발언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준석 대표님 진심으로 죄송하다. 대표님이 폭력적으로 탄압받던 과정을 마치 노름에 판돈 걸듯 무감각하게 논평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표님 왜 제게 화내지 않으셨나. 한참 뒤에야 대표님께선 제게 자신과 다르게 생각할 정치적 자유를 줬다는 것, 자유주의적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음해와 모략이 판치는 이 정치판에서 사람들은 대표님의 인품을 깎아내리곤 하지만, 저는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이준석 대표의 면모를 봤다. 정치인 이준석을 혐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좋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옥씨의 이 글은 왜 주목받은 걸까. 바로 이준석 대표가 새로운미래와 합당 과정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의 부인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입당을 반대하면서 내놓은 일종의 '요구'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미래와 합당 파기 전인 지난 18일 배 전 부대표를 향해 "함께하기 위해 생각을 정정하거나 과거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전장연의 불법 시위를 옹호했던 생각이나 발언을 바꾸지 않으면 개혁신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새로운미래 측이 이준석 대표의 이런 요구는 '전향서'를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옥씨가 입장을 180도 바꾼 반성문을 내놓은 것이다.


박원석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은 지난 22일 MBN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는 사람은 민주당 당원이 될 수 없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당원이 될 수 없나. 그렇지 않다"며 "이준석 대표는 (배 전 부대표에게) 자신과 왜 당을 같이하려는지 설명하라고 하는데, 이건 전향서를 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전향서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던 국민의힘 모 여성 당직자 같은 경우 낯 뜨거운 전향서를 내는데 그런 걸 바라보고 만족스러운지는 모르겠으나,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언급한 국민의힘 모 여성 당직자는 옥씨가 맞다고 확인했다.

옥씨는 같은 날 이준석 대표의 압박 때문에 쓴 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문은 제가 일련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자발적으로 쓴 것"이라며 "제가 하고 싶은 정치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할 수 있는 정치다. 또 저와 이준석 대표는 창당 전에도 같은 보수당이었으므로 '전향'이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던 이준석 대표가 배 전 부대표 비토를 시작으로 진보 신당과의 결별, '정치적 멘토'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수순을 밟는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결국 모든 것이 이준석 대표의 입맛에만 맞춰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의구심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종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개혁신당과 합당 파기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선거운동은 이준석 전권, 공천권은 김종인 전권, 이낙연은 지역구 출마로 이낙연을 지워버리는 게 개혁신당의 기본적인 목적이었다",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만약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입맛에 맞추려고 했다는 외부의 지적이 진실에 가깝다면, 이준석 대표 역시 민주당을 둘러싼 사당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는 걸 보니 이준석 대표가 그린 큰 그림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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