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시간 늘려도…시립병원까지 환자 '북새통'

입력 2024-02-23 18:31   수정 2024-03-04 16:15


23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오전 10시가 되자 병원 내 전광판에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교수별로 외래 접수가 마감됐다는 표시가 떴다. 정형외과는 과 전체의 외래 접수가 끝난 상황이었다. 막 접수를 끝낸 이모씨(74)는 “전공의가 모두 떠났다고 해 걱정했는데, 새벽에 도착한 덕분에 오늘 중으로 진료받을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지속되면서 보건 서비스의 ‘최후 보루’로 꼽히는 서울시 공공병원에 환자가 쏠리고 있다. 대형종합병원에서 진료, 입원을 거부당한 환자가 고질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시립병원에 몰리면서 공공병원들도 과부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료원 외래진료 창구 앞은 몰려든 환자와 보호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일반 진료를 받는 시내 8곳의 공공병원 평일 진료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로 두 시간 연장했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하는 시민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외래 접수를 시작(오전 7시)한 지 채 3시간이 안 돼 접수가 끝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간이 더 흘러 오전 11시부터는 접수를 포기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이 많아지면서 접수대가 한산해졌다.

응급실은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대기실은 북새통을 이뤘으며, 차례를 기다리다가 지친 환자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보라매·동부·서남병원 등 시립 공공병원은 전공의 대량 이탈 이후에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 내부엔 ‘비상 진료 중이라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간호사들은 연신 “먼저 오신 분을 진료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외쳤다.

“병원을 돌다가 겨우 처치를 받았다”는 환자도 많았다. 이모씨(40)는 간암 말기인 부친과 오전 11시께 집 인근의 상계백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치료를 거절당한 뒤 서울의료원에 왔다. 그는 “부친이 집에서 호흡곤란을 겪어 석션이 필요했는데, 병원에서 ‘말기 폐암 환자는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며 “전화를 돌리다가 서울의료원에선 처치할 수 있다고 해 왔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 보호자 A씨는 “일단 사설 구급차를 불렀는데, 기사가 ‘환자를 일단 받아주는 공공의료원으로 가보라’고 권해서 왔다”고 말했다.

한 의료진은 “현재 서울의료원 내부는 전쟁 상태”라고 토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보라매·동부·서남·은평병원 등 시립 공공병원 다섯 곳의 의사 정원은 총 846명이지만, 실제 근무자는 743명(전공의 집단사직 전 기준)으로 이미 정원이 13% 부족한 상황이었다. 전공의 집단사직은 공공병원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시 공공병원 전공의 총 240여 명 중 70%가량인 16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나면서 의사 부족 상태가 민간병원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이날 온종일 응급실 병상 수가 부족하다는 걸 나타내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둘러싸고 의사협회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휴학한 의대생은 36개교 1만1481명으로 전체 의대생의 61% 수준이다. 휴학 인원은 전날 1개 대학 346명이 철회해 소폭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업 거부가 확인된 학교는 11곳이며, 학생 면담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학사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원/최해련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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