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진서의 新상하이 대첩

입력 2024-02-23 18:19   수정 2024-02-24 00:27

1989년 9월 6일 김포공항에서 마포까지 카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바둑기사 조훈현. 사실상 첫 국제 기전인 잉창치배 초대대회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귀국하는 자리였다. 당시 결승 5국이 싱가포르에서 열렸고 상대가 일본 바둑의 기세를 누른 중국의 녜웨이핑이었기에 조훈현의 우승은 ‘싱가포르 대첩’으로 불린다.

조훈현의 우승은 바둑 변방 한국을 최강국으로 올려놓는 기폭제가 됐다. 바둑은 중국에서 탄생했지만 현대 바둑의 기틀은 일본에서 다져졌다. 포석, 정석, 덤, 끝내기 등 바둑을 두는 방법 자체에 대한 연구는 물론 기원이나 문하생 제도, 기전 등 바둑 생태계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는 1990년대 시작됐다. 1991년 SBS배, 1992~1997년 진로배, 1999년 이후 지금까지 농심신라면배에서 삼국 국가대항전이 치러지고 있다. 각국에서 5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연승전 방식이다. 서봉수가 제4회 진로배에서 9연승을 달성한 것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농심배에서 한국이 1~6회 대회를 싹쓸이한 것은 이창호 덕분이다. 수문장으로 나서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을 모두 돌려세웠다. 특히 제6회 대회에선 막판 5연승으로 기적 같은 우승을 안겼다. 당시 대회 장소가 상하이여서 ‘상하이대첩’이란 말이 생겼다. 이창호는 농심배에서 14연승 기록을 세웠는데 그 기록을 신진서가 깼다.

신진서가 제25회 농심배에서 기적의 막판 6연승, 농심배 16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동시에 혼자서 중국 바둑고수 5명을 모조리 몰살하는 새로운 이정표까지 세웠다. 신진서는 인공지능(AI) 바둑을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해 AI에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기사로 평가받는다. 초일류 기사들이 통상 AI에 3점을 접지만 신진서는 2점 수준이라고 한다. ‘인간계 최강 기사’인 신진서가 넘어야 할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최장 세계 1위다. 신진서는 최근 4년간 세계 1위를 질주 중이지만 이창호는 10년 이상 1위 자리를 지켰다. 24세 청년 신진서의 불꽃 도전이 기대된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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