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00만원'으로 만든 회사…국민연금도 '찜' 했다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02-26 09:36   수정 2024-02-26 11:13


2019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는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소재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전국민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정부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술자립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 보다 훨씬 전에 ‘소재 강국’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안고 창업한 기업인이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전문 소재 기업이자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피엔에이치테크의 현서용 대표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피엔에이치테크 본사에서 만난 현 대표는 “소재 연구개발(R&D)은 신약개발 과정과 흡사하다”며 “소재 하나를 제대로 만들고 양산하기까지 오래걸리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처럼 10여년의 R&D끝에 현 대표는 2021년부터 OLED 광학재료 양산에 성공했다. 현 대표는 “OLED에서 빛이 발하면 그것을 모아주고, 확산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굴절재료”라고 설명했다. 피엔에이치가 만든 재료는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으로 공급된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패널로 OLED TV가 제작된다.
혈혈단신 나선 현서용 대표, 설계부터 영업까지 올라운드 플레이

대우 오리온전기와 글로벌 소재 기업 독일 머크사 등을 거친 현 대표는 2007년 1인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퇴직금 절반인 50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나섰다. 막상 창업은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경쟁사들은 이미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거나 일본 굴지의 소재기업들이었다.

현 대표는 창업 초반 직접 분자구조를 설계해 중국을 매년 수차례 오가면서 샘플 실험을 했다. 중국에서 만든 것 중 일부를 다른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초기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소재 기업이 되기 위해선 설계능력뿐 아니라 양산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R&D부터 영업뿐아니라 투자 모집까지 현 대표는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볐다. 자금을 구하기 위해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VC)은 거의 다 만나봤다. 그 결과 10여년 간 VC 7곳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현재 고객사들과 2012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정부 국책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민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주요 주주로
피엔에이치테크의 강점은 R&D 역량이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석·박사 연구원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는데도 현 대표 역시 여전히 설계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그 덕분에 확보한 특허만 37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약 15% 늘어난 401억원, 영업이익은 약 35% 증가한 65억원이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 전무 출신의 송영권 공동대표를 영입해 사업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피엔에이치테크의 주력 부문인 OLED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TV뿐 아니라 애플 아이패드, 자동차 전장 등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을 매출액 581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여서 연기금 등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5.66%를 갖고 있고, 지난 22일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Norges Bank)이 5.12% 지분을 장내 매수했다.

광학 소재 위주로 만들던 피엔에이치테크는 이제 발광 소재 양산이 목표다. 현 대표는 “발광재료 분야가 제품 프리미엄이 높다”며 “이미 기술적인 준비는 마쳤고,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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