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억 벌어도 개미가 1억도 안 사네…HDC현대EP 한숨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03-03 07:00   수정 2024-03-04 09:45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내달 인도 3공장을 착공해 주력 제품인 복합 PP(폴리프로필렌) 외에 복합 PE(폴리에틸렌)와 친환경 PA(폴리아미드),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겠습니다. 생산능력 확대와 사업 다각화로 3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겠습니다.”



정중규 HDC현대EP 대표(53세)는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2020년 10월 취임 후 처음이다. 호실적에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IR 활동 강화 차원에서 직접 나섰다. HDC현대EP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239 아이파크분당 102동 6층에 있다. 해외에는 중국 2개 법인과 일본 사업소 2개, 인도 1·2공장이 있다. 국내에선 분당 본사, 울산(중합 사업) 공장, 당진(컴파운딩 사업) 공장, 중앙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복합 PP 국내 1위…‘CPQ 전략’으로 불확실한 대외 환경 돌파
HDC현대EP의 역사는 1988년 6월 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1월 분사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개발·생산·공급하고 있다. 2006년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자동차·전자·건설·생활용품 등 모든 산업분야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데 국내외 수백 개 기업과 거래한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기아 등이 주요 고객사다. 석유화학 원료인 PP와 PE를 이용해 강도와 탄성을 높인 고기능성 소재 복합 PP와 복합 PE를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복합 PP는 국내 점유율 1위다.



2010년부터 스티렌 모노머(styrene monomer)를 원료로 전기·전자, 소비재 및 건설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범용 플라스틱 소재인 PS(폴리스티렌)와 스티로폼으로 알려진 EPS(Expandable Polystyrene·발포폴리스티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PS는 냉장고 야채박스나 실험기구 등에 쓰이고, EPS는 포장용기나 소파, 쿠션 충전재에 활용된다. 플라스틱 소재 외에도 주거 및 상업용 건축물에 사용되는 주거용 난방 배관과 상업용 소방 스프링클러 배관을 공급하는 건자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해외에서는 중국 베이징과 옌청에서 복합 PP를 생산해 판매 중이며, 인도 첸나이·스리시티 공장에서 복합 PP와 복합 PE를 생산 및 판매한다. 연내 인도 중부 푸네 지역에 3공장을 짓는다.



정 대표는 올해 ‘CPQ 전략’으로 불확실한 대외 환경을 돌파한다. C(Customize·맞춤 제작)의 경우 고객사 요구를 수용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P(Productivity·생산성)의 경우 제품뿐 아니라 조직 문화를 개선해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Q(Quality·우수함)는 제품 질을 높여 독보적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CPQ 전략의 일환 중 하나로 인도 3공장 건설에 속도를 낸다. 정 대표는 “약 200억원이 투입되는 인도 푸네 3공장은 생산능력이 1만4000t 규모로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첸나이 1공장(생산능력 3만3800t), 스리시티(1만9600t) 2공장과 합하면 연간 총 6만74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인도 매출이 20~30% 더 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네는 인도 완성차 업체인 타타와 마힌드라 공장이 위치했고,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GM 공장을 인수해 진출한 지역으로 판매 시장을 확대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첸나이 공장은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향후 PPS 등 전기차 소재를 집중 개발하고, 스리시티 공장은 ELV(폐자동차 처리 지침) 기반 소재 확보,리사이클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푸네 공장은 복합 PP 외에 복합 PE 판매 비중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지난해 매출 20% 정도를 담당했던 인도 비중이 커지게 된다.


3년 연속 매출 1조 클럽 도전…“24년간 흑자”
글로벌 사업 확대로 실적도 안정적이다. 2020년 매출 6894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에서 지난해(잠정) 매출 1조81억원, 영업이익 348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1억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은 2년 연속 1조 시대를 열었다. 화학회사들이 대부분 적자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정 대표는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24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재업체의 특성상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2019년 4.1%, 2020년 5%, 2021년 3.3%, 2022년 1.9%, 지난해 3.5%로 5년 평균 3.56%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5%에 그친다. 정 대표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친환경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재료, 제품개발, 생산, 소비, 폐기의 전 과정에서 건강과 안전, 지속가능한 환경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고 순환경제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린 제품군 확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쓴다. 사측은 당진시의 복지재단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인근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후원하며 중국·인도 법인의 경우 인근 학교에 피아노를 기부하고 있다.



정 대표는 “복합 PP와 복합 PE 사업을 전개하는 당진공장은 제조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연 3만6000t씩 발생하던 폐수의 배출을 없앴고, PS와 EPS 사업을 영위하는 울산 공장은 공정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배기가스 배출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 사용량을 감축하고 있다”고 했다. 또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제조업 환경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리사이클(재생) 비율은 30%까지 높인 EPS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1월 SK케미칼로부터 PPS 사업부를 양수해 설립한 계열사 HDC폴리올도 있다. 이 회사는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제조공법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염소 화합물을 사용하지 않고 폐수와 가스 발생을 최소화한 공법으로 PPS를 생산하고 있다. 유해성 유기용제가 필요 없어 이에 따른 부산물 및 처리 공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생산한 PPS에는 기존 소재와 달리 염소(클로린·Chlorine)가 없다. 염소는 PVC, 에폭시 등 화학 소재에 첨가돼 있으며 표백제, 살균 소독제로도 사용되는 성분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유해성 논란에 대체 물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기차·수소차·6G 통신 등 성장 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지원해 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며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이 뛰어나서 고온이 발생하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에 주로 적용되는데,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HDC현대EP는 CJ제일제당과 협업을 하고 있다. 합작회사인 CJHDC비오솔(2022년 2월 설립)은 원료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원료의 리사이클은 물론 식품 포장재, 농업용 및 산업용 소재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및 셀룰로오스를 활용해 플라스틱 오염과 탄소 저감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정 대표는 “환경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바이오 소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CJHDC비오솔의 바이오 컴파운딩 플라스틱 사업은 더욱 주목받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2026년 바이오 폴리머 시장 규모는 14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하루 거래액 9400만원…현금성+부동산 자산, 시총 추월
그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4420원으로 연초 대비 3.07% 떨어졌다. 연중 저점(1월 18일 4105원)과 비교하면 7.67% 올랐지만 거래량이 아쉽다. 최근 4거래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1289주다. 종가 기준 환산 땐 하루 9400만원 정도 거래되는 꼴이다.



주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정 대표는 “적극적인 IR 활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근심을 덜겠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3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약 93억원을 매입했으며, 배당성향 20~30%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주당 결산 배당금은 2018년 60원(배당수익률 1.40%)에서 2022년 120원(배당수익률 3.03%)으로 두 배 올랐다.



총 주식 수는 3190만주로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HDC가 지분 48.3%를 갖고 있다. 자사주 15.7%, 외국인 지분 3.57%다. 유통 물량은 30%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491억원, 부동산 자산 125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1410억원)을 가볍게 넘어선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모범생 같은 실적과 배당이다. 정 대표는 “고객사들은 백화점처럼 원스톱 솔루션을 원한다”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장점이다”고 했다. 또 “컴파운딩과 중합 사업이 6 대 4로 사실상 ‘황금 비율’이다”며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협업을 요청하는 이유다”고 했다. 다만 중국과 중동의 부상으로 경쟁 심화된 부분은 마이너스다. 정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화학제품 수출의 절반을 중국이 가져갔는데, 중국이 순수출국가가 되고 있다”며 “석유·화학산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원료 다각화와 R&D(연구개발)를 통해 고부가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다.


사원서 CEO로 … “감사·몰입·열정, 가슴에 품고 살아야”
GM 3년 3개월, 바스프 8년 8개월, 듀폰 11년 등 외국계 기업 사원으로 시작해 CEO(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정 대표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정 대표는 “감사, 몰입, 열정 이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뽑아만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한 신입 사원들이 몇 달만 지나면 현실에 안주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초심 그대로 본인 미래를 위해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몽규 HDC 회장과 이름이 비슷해 가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관계가 없다.



보스턴 레드삭스 팬인 정 대표는 “직장인들은 프로야구 선수들과 비슷하다”며 “실적이 뛰어나면 연봉계약 시 유리하니 업무에 대한 몰입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공학박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열평형’을 언급하며 “열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어떤 일이든지 해낸다”며 “당신이 100도씨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50도에 있는 동료를 이끌어 70~80도로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정 대표는 ‘CEO 레터’로 총 700명 직원들과 호흡한다. 2주마다 회사 방향을 공유하고 애로사항 및 업무 아이디어를 청취한다. 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정 대표는 “안전과 미래에 대한 투자는 무제한이다”며 “회사 성장을 위해 계속 뛰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며 영업이익률이 3.5%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지난해 3·10월 자사주 매입 공시 등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눈에 띈다”고 했다. 또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도(2022년 204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해 배당금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PE사업은 전체 판매의 약 70%를 수출하고 있어, 美 금리 인하기 환율 하락 시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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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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