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과 전동화의 팽팽한 힘겨루기

입력 2024-02-27 11:07  


 -유류세, 정비 등 산업 전반의 과도기적 변화
 -에너지 전환, 지능 고도화가 시작된 초기 단계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3년 12월말 기준 2,595만대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75만대, 10.6%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기간 수송용 석유 사용량이다. 대한석유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수송용 연료 사용량은 3억7,735만 배럴이었지만 2023년에는 3억7,603만 배럴로 0.4% 감소했다. 자동차는 증가하는데 기름 소비는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교통공단의 자동차주행거리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8.5㎞였지만 2022년에는 36.5㎞로 짧아졌다. 또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대당 평균 효율은 2021년 기준 ℓ당 16.17㎞로 전년 대비 2.4% 개선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등록대수는 늘어도 1대당 주행거리는 줄고 효율은 향상되니 석유 사용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사이 아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BEV 증가도 수송 부문 기름 소비 감소 이유로 꼽힌다. 동시에 고효율인 HEV 증가도 마찬가지다. 100% 내연기관만 늘어난 게 아니라 HEV와 BEV가 함께 증가해 기름 소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름 소비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윤활유 등의 소모품 수요도 줄기는 마찬가지다. 전기차도 모터와 배터리 냉각에도 윤활유를 쓰지만 사용량이 적고 1만㎞마다 교체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10만㎞ 이상을 사용하는 만큼 수요는 적다. 윤활유 업계가 자동차 이외 데이터센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냉각용 특수 윤활유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수송 부문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윤활유 뿐 아니라 브레이크 패드 소모량도 적다. 특히 BEV의 경우 회생제동 장치가 기본 적용돼 100% 마찰을 통한 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처럼 소모품 사용의 감소는 정비 수요의 하락을 유발한다. 그래서 정비 업계는 내연기관 대비 정비 수요가 크게 줄어든 BEV의 확산을 막아달라고 저항한다. 실제 BEV 보급이 활발한 제주도의 일반 자동차 정비점은 이미 60% 넘게 폐업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이 5% 늘어날 때마다 정비업소는 12%가 문을 닫는다. 

 수송용 기름 수요가 감소하니 정부가 거둬가는 유류세도 줄어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유류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17년 15조8,122억원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15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유류세율 인하로 징수액이 더욱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 산업의 저항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전환에 따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전환을 늦추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다. 

 하지만 한편에선 새로운 산업이 싹트기도 한다. 배터리를 비롯해 BEV 이용 활성화를 위한 충전기 등의 공급이 늘며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UAM 세상이 온다면 굳이 복잡한 도시에 집을 장만할 이유도 없다. 인간 운전자가 사라지는 자율주행이 완성되면 이동에 필요한 비용이 줄고 이동의 제약마저 사라질 수 있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은 지구의 환경 악화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자동차산업의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시대는 에너지 전환과 지능 고도화가 시작된 초기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존 산업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따라서 결코 움직이지 않으려는 속성이 발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전환을 이끌고 가려는 힘 또한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둘의 힘 겨루기를 줄다리기에 비유하면 아직은 내연기관의 힘이 더 세다. 하지만 어떻게든 전환하려는 전기차에 힘을 싣는 역할로서 각 나라는 정책을 십분 활용한다. 그리고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연비 기준 상향 또는 배출 기준 강화다. 내연기관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해 전기차 강제(?) 판매를 유도한다. 결국 팽팽한 힘겨루기의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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