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인 줄 알았네"…요즘 MZ들 줄 서서 산다는 브랜드

입력 2024-02-27 21:00   수정 2024-02-27 22:16

“샤넬 매장 대기 줄이 아니었어?”

지난 23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문을 연 ‘써저리’(SURGERY)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는 이른 오전부터 화제가 됐다. 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팝업 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명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개장 직전에는 입구를 빙 두른 긴 대기 인파가 행렬을 이뤄 롤렉스·샤넬 등 명품 매장 앞의 뜨거운 ‘오픈런’ 열기를 연상시켰다. 최근 명품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부쩍 썰렁해진 갤러리아 주변이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출발해 백화점·플랫폼 등에 입점한 ‘K스트리트 브랜드’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고품질 원단과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췄을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써저리는 '빈티지 리메이크' 제조로 유명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헌 옷을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의 제품을 만든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의류 제품은 20만~50만원대, 한정 제품의 경우 1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이 매겨질 정도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백화점 팝업까지 진출했다.

또 다른 K-디자이너 브랜드 ‘FFF포스탈서비스’도 같은 날 팝업을 열었다. 한국 출신의 디렉터 조나단 최가 설립한 브랜드인 FFF포스탈서비스는 갤러리아에서 국내 최초로 팝업을 개장해 오프라인 고객을 맞고 있다. MZ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있는 ‘뉴얼린’(NEWALRIN)도 팝업을 진행 중이다. 이 브랜드는 발레복을 일상복과 결합시킨 '발레코어룩' 제품으로 인기를 끈다. 발레코어룩 패션은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해외 투어 의상으로 자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 신진 브랜드 제품들은 지난 23~25일 3일간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팝업으로 1억2000만원어치를 팔았다. 갤러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샤넬·루이비통 등 인기 명품 브랜드의 주말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백화점 명품관까지 진출하게 된 데에는 ‘K컨템(컨템퍼러리)’으로 불리며 국내 젊은 소비자들을 몰고 다니는 현상 때문이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는 오픈런과 웨이팅을 부를 만큼 MZ 팬덤이 탄탄하다. 팬심의 대상은 브랜드 대표부터 제품의 디자인, 로고 등 다양하다. 이같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팝업 투어’도 하나의 문화가 됐다. 하루 날을 잡고 다양한 브랜드 팝업 돌아보며 쇼핑하는 팝업 투어는 성수동 일대나 더현대서울, 갤러리아 등 백화점에서도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매출로도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블로그 마켓에서 시작한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2022년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배인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중성이 높은 유명 브랜드보다 인지도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매출은 이에 못지않게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지난해부터 센텀시티 ‘하이퍼그라운드’(2월)와 뉴컨템포러리 전문관(8월), 강남점 ‘뉴스트리트’(9월) 등 주요 점포에 영패션 전문관을 잇달아 재단장하고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선보였다. 강남점 뉴스트리트에는 우알롱, 벌스데이수트 등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국내 브랜드를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들여오며 화제를 모았는데, 오픈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약 3개월간 매출이 70% 급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자사몰에서 성장해 입소문을 타고 백화점·플랫폼 등으로 확장하는 소규모 K-브랜드라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기획해 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타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기존 브랜드와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 배경에는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등장은 물론, 활발한 온라인 소통이 큰 역할을 한다. 패션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교류, 드롭(한정판 제품 일시 판매) 날짜를 공유하고 리셀(되팔기)을 시도하기도 한다.

백화점 입점 여부가 브랜드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백화점이 이들 브랜드에 러브콜을 먼저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매니악하고 유니크한 브랜드도 입점하는 ‘힙’한 플랫폼임을 증명하려는 의도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브랜드 매니아층이 다수 방문해 팝업 진행 내내 젊은 고객이 몰려 화제성이 높다”며 “팬덤 덕분에 팝업을 열면 여느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매출이 나온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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