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대신 일 택한 여성…그 시작은 2015년이었다

입력 2024-02-27 18:22   수정 2024-02-28 01:01

201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었다. 2013년 1.19명에서 2년 연속 반등하며 초저출산(1.3명 이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출산율은 매년 급락했다. 이 무렵 여성의 경제활동은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집값 폭등과 수도권 집중 가속화 등이 출산율 급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2015년에 비해 0.07명 하락했다. 2018년 1.0명이 붕괴(0.98명)했고,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 등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2017년 61.4%로 60%를 처음으로 넘더니 2023년 70.0%에 이르렀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8년 66.2%에서 2022년 75.0%로 8.8%포인트 올랐는데, 이 중 60%인 5.3%포인트가 자녀가 없는 여성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자녀 대신 일을 선택하면서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성용 전 한국인구학회장은 “일과 가정 중 일을 선택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무렵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등 사회적 여건이 악화한 것도 출산율 급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처음으로 5억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2022년 9억원대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과장은 “출산 의향에 대해 무작위 통제실험을 한 결과 주택 마련 비용에 대한 염려가 혼인 및 출산 의향, 희망자녀 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비와 의료비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수도권에 몰려드는 현상도 이 무렵부터 심화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전 회장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완전 보편화해 남성이 일 대신 가정을 선택하는 경우를 용인하는 문화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는 출산율이 감소하지만 더 높아지면 출산율이 반등한다”며 “이는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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