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국내 1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을 끝내 파산시킨 건 한국 기업 구조조정사(史)에 두고두고 남을 ‘미스터리’다. 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금까지도 꼬리를 물고 있다. 당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가 화두였다. 머스크, MSC 등 거대 컨테이너선사들은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적자도 감수하는 ‘치킨 게임’을 감행했다. 프랑스가 CMA와 CGM을 통합해 하나의 회사로 만들고, 일본이 3개 선사를 통합해 ONE을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역시 다수의 국영 해운사를 COSCO로 합쳤다.해운업이 쪼그라들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K수출 기업이다.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컨테이너선이 부족할 때마다 한국 화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배에 물건을 실어야 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가 막힌 홍해 사태는 최근 사례일 뿐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로 당사국인 대만을 제외하고 한국이 첫손에 꼽히는 것은 한국 물류산업의 냉정한 현실이다. 중량 기준으로 우리 수출입 화물의 90%는 해운에 의존한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이란 존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섬나라’ 신세가 된 한국이 해운업을 등한시하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한국 해운업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선 결국 낡은 규제를 푸는 수밖에 없다. 해운법 24조7항 등에 따르면 대량 화물을 보유한 화주의 지분이 40% 이상인 법인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없다. 예컨대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다른 수출 기업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운 사업을 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벌크선 등을 운용하는 중소 선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법이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와 싸워야 할 컨테이너 국적선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하림그룹의 인수 실패로 재매각 절차를 밟아야 하는 HMM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운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인수 후보가 많아야 정부도 혈세를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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