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스파르타 무너뜨린 것은…"한국도 따라가나" [김동욱의 역사책 읽기]

입력 2024-02-29 09:13   수정 2024-02-29 11:15


“방패를 들고, 아니면 방패에 실려”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전쟁터로 떠나는 자식들에게 방패를 건네며,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짧디짧은 스파르타식 문장은 “전쟁에 승리해 방패를 들든지, 아니면 (패배해 방패를 버리고 도망가지 말고) 장렬히 전사한 뒤 방패에 실려서 돌아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스파르타의 군대는 그리스 세계 최강의 존재로 명성을 떨쳤다.

진홍색 튜닉을 걸치고, 삼손처럼 머리를 기른 채 전장을 누빈 그들은 눈에 띄는 존재였다.

스파르타는 전통적으로 청년들의 경쟁을 장려해 300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를 운영했다. 300명의 전사단에 끼지 못한 청년들은 전사단원과 싸움을 벌여 이길 경우 300명의 전사단에 낄 수 있었다. 정예 300명에 끼기 위한 상시 경쟁체제가 운영된 것이다.

하지만 영광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스파르타군의 명성도 조금씩 퇴색되기 시작했다.

스파르타군이 더 이상 과거의 용맹한 군대가 아니라는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75년 보에오티아에서 치러진 테기라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펠로피다스와 테베 신성대가 스파르타군을 무찔렀다.

테베군이 격파한 것은 스파르타 정규 주력군이 아니라 일개 분견대들이었을 뿐이지만, 전투의 결과가 지닌 의미는 상당했다. 기원전 390년 코린트 전쟁 중 레카이움 전투에서 패한 이후 스파르타군이 처음으로 정식 호플리테스 교전에서 패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기원전 371년의 레욱트라 전투다. 역사가 크세노폰은 이 전투 패배의 책임을 전장을 지휘한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의 탓으로 돌렸다. 현대 역사가들은 전투의 승패를 결정한 것은 스파르타 왕의 전략적·전술적 실수가 아니라 테베군의 기술적 혁신과 철저한 규율이라고 본다. 폴 카틀리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마치 펠로폰네소스 전쟁 후반기 스파르타 해군이 아테네 해군보다 능수능란하게 우위를 보였던 것처럼 이제 테베 육군이 스파르타 육군을 압도했다”고 평가한다.

레욱트라 전투에서 테베군은 사선 대형이라는 새로운 방진 형성하여 스파르타군에게 대승을 거두었다. 테베군은 중앙을 허술하게 하고 좌익을 두텁게 배치한 뒤, 좌익을 빠르게 진격시켜 스파르타군의 우측을 붕괴시켰고 후방으로 에워싸서 공격하는 협공으로 펼쳤다. 최강의 정예부대들로 매우 긴 종대를 이뤄 대형의 한쪽 날개를 강화한 뒤, 상대편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다.

스파르타가 이처럼 무너지기 시작한 데는 근본적으로는 인구 부족이 큰 역할을 했다. 기원전 464년 대지진으로 인구가 크게 줄어든 뒤 적은 인구는 언제나 스파르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레욱트라 전투가 있던 당시 스파르타의 성인 남자 수는 1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조금 남은 한 줌의 스파르타 남성들마저 레욱트라 전투에서 대부분 잃었다. 스파르타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는다. 레욱트라 전투에서 스파르타는 무려 400~700명의 병사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인구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스파르타의 아게실라오스왕은 ‘전장에서 움츠리거나 비겁함을 드러낸 자는 처형하거나 시민권을 박탈한다’는 스파르타의 전통을 유예한다.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해 아게실라오스왕이 특례를 내려 “이날 하루만은 죄를 묻지 않고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날의 장면을 “오늘은 그 법이 잠자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그 법은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전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유예책도 결국 스파르타가 나락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6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가 소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적의 스파르타 군단도 인구 소멸의 충격은 이겨내지 못했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한국 사회도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과연 스파르타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일까.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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