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위기 처했다"…벼랑 끝 내몰린 지방 건설사들

입력 2024-03-04 07:00   수정 2024-03-04 07:22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지방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자산 매각 등의 조치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댈 곳 없는 지방 중소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선원건설에 대한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 절차가 시작하기 전까지 자산을 동결하는 것으로,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된다.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처분하지 못한다.

선원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22위 업체다.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평가액은 2267억9500만원으로, 경기지역 상위권 건설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자잿값이 폭등하고 일부 사업 준공 시기가 맞물리면서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영동건설도 설립 30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울산 1위 건설사인 부강종합건설 역시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두 건설사 모두 시공능력평가액 1400억원대, 전국 170위권의 종합건설사다.
지역 1위도 법정관리…벼랑 끝 내몰린 건설사들
나성종합건설과 계열사 나성산업개발, 세종비케이개발도 한꺼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나성종합건설은 세종시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완전 판매에 성공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건설사다.

각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던 이들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로 인한 미분양에 발목이 잡혔다. 책임준공을 확약했던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에 대한 지급보증 의무를 떠안게 됐고, 그로 인한 자금압박을 버티지 못해 법정관리로 내몰린 것이다.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3755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6만2489가구보다 1266가구(2.0%) 늘었다.

악성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월 1만857가구보다 506가구(4.7%) 증가한 1만1363가구로 나타났다. 특히 미분양 물량의 약 80%는 비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일부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경기 여주시 자유CC, 트리니티클럽, 하남·고양·안성 스타필드의 아쿠아필드·조경사업 등을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고 1800억원 규모 대금을 확보했다. KCC건설도 서울 강남 본사 사옥을 담보로 625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해당 사옥은 이미 1500억원 규모 담보권이 설정된 상태다.
올해 폐업 건설사 685곳…"이자도 감당 안 돼"
일부 건설사들은 제 살을 깎아서라도 살아남고 있지만, 그럴 여력조차 없는 지방 건설사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새해부터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 79곳, 전문건설사 606곳 등 685곳에 달했다. 올해 들어 부도난 전문건설사도 5곳이나 생겼다. 모두 광주, 울산, 경북, 경남, 제주 등 지방 소재 건설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살아남은 건설사들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를 통해 국내 매출 500대 건설기업(102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6.4%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답변도 38.3%로 집계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 원가 인상과 미분양 적체로 인해 전반적인 위축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이 끝나고 건설사들의 외부 감사 보고서가 나오는 4월이면 중견 건설업체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4월 위기설'도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체력이 탄탄한 1군 건설사들도 유동성 관리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며 "쌓아 둔 곳간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지역 건설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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