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에너지 전환 기조와 한국 기업의 기회

입력 2024-03-04 16:02   수정 2024-03-04 16:03

“내 손자는 랜드로버를 타지만, 증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는 것이 아닌가.” 혁신도시의 상징인 두바이 국왕의 걱정이 담긴 말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971년 건국 이후, 석유 기반 경제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세계 5번째로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을 쏘아 올리며, 사막에서 우주로의 기적을 만들었다. 특유의 상상력과 빠른 혁신, 해외 파트너십, 일관된 정책으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풍요로웠던 석유 시대의 종말을 걱정하고 있다.

중동은 석유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화석연료 산업 의존도가 높은 중동에서 에너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일이다. 이미 중동은 한차례 먹거리 산업의 몰락을 경험했다. 과거 UAE·카타르 등 걸프 연안 국가들의 주 먹거리 산업은 자연산 진주 채취업이었다. 20세기 초 일본이 원형 진주 양식업에 이어 천연진주와 양식진주가 차이가 없다는 학계 연구로 하루아침에 소득원을 잃었다. 다행히 석유·가스가 발견되어 화석연료 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때의 기억은 쓰리게 남아있다.

에너지전환은 중동 변화의 중심에 있다. 석유산업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발전량을 높이고, 수소·신재생 등 탄소 저감 에너지원을 발굴하고, 에너지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전기·수소차, 수송·운반 등 산업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를 마중물 삼아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UAE는 지난 7월 ‘2050년 국가 에너지 전략’을 보강했고, ‘국가 수소 전략’까지 새로 발표했다. 중동은 풍부한 일조량과 넓은 사막을 바탕으로 신재생·수소 생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평균 일조량이 10~12시간으로 약 4시간인 한국과 비교하면 2.5~3배 높다. 해수 담수화로 수자원도 확보됐다. 천연가스를 개질·포집하여 만드는 블루수소 생산에도 유리하다. 수소 최대생산국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와 UAE에서도 수소·신재생 등 잠재 수요가 높은 한국·일본과의 협력에 관심이 크다.

중동 내 에너지전환 기조는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다. 먼저 태양광·수소 등 대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높은 일조량과 낮은 토지가를 바탕으로 에너지 생산 및 탄소 감축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안보도 제고할 수 있다. 우리 정부 목표인 해외 프로젝트 350억 불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플랜트 분야 수주가 필요하다. 설계·시공 능력이 높고, 중동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작년 1월 대통령 UAE 국빈 방문 이후, 현지 정부 및 공공 영역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이 최근에 끝났다. 90% 이상 품목의 점진적 관세 철폐 및 서비스 시장 개방의 내용이 담겼다. 대체·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양국 간 전략산업의 파트너십을 약속했다. 양국간 다양한 형태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길 기대한다.

지난 50년간 중동은 거친 사막을 전 세계가 찾는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또 다양한 형태의 기술·인적교류 및 파트너십을 통해 우주를 향한 꿈을 거침없이 펼쳐가고 있다.

다가오는 에너지전환의 흐름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중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의 도전을 이겨내고 ‘신중동 붐’의 꿈을 맘껏 펼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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