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금호석유·효성 오너家 갈라진다

입력 2024-03-04 15:55   수정 2024-03-04 15:56


고려아연 금호석유화학 효성 오너 일가가 ‘불편한 동거’를 끝낼 조짐이다. 계열분리를 하거나 경영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이들은 동업자 가문과 사촌, 형제들이 함께 한 회사를 공동 경영했다. 하지만 경영 주도권과 장기적 사업 방향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회사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가 표 대결에 나섰다. 두 가문은 주총 안건에서 배당안과 정관변경안을 놓고 충돌했다.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는 배당액이 너무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칠 계획이다. 영풍은 이에 대해 “주주 지분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할 계획이다.

정관변경 안건 표 대결은 영풍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최 회장 일가와 장 고문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33%, 32%다. 장 고문 일가는 사실상 3분의 1을 확보했다. 여기에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률은 평균 85%(지분 기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안건의 부결이 확실시된다. 반면 배당 안건은 일반결의 사항인 만큼 우호지분이 더 많은 최 회장 일가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 회장 일가와 영풍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030년까지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투자유치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영풍은 외부 투자유치에 반대하면서 최 회장 일가와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은 두 가문이 주식교환 등을 활용해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등의 지분을 장형진 고문 일가에 넘기고, 그 대가로 장 고문 일가로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호석유화학도 이달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이 회사 지분 9.1%를 보유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박 전 상무 측 지분은 10.8%, 박찬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5.7%다. 박 전 상무 등은 금호석유화학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본격적으로 분쟁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가 결국에는 보유한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전 상무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고 여론전을 펴는 것도 협상력을 높여, 더 비싼 값에 지분을 넘기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은 회사를 둘로 쪼개는 계열분리 작업에 나섰다. 효성 조현준 회장(지분 21.94%)과 조현상 부회장(21.42%) 형제는 각자의 지주사를 바탕으로 서로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다. 효성은 인적분할로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조 회장이 효성, 조 부회장이 효성신설지주를 바탕으로 계열분리에 나선다. 효성신설지주에는 상장사인 효성첨단소재와 비상장사 효성인포메이션(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둔다.

장남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존속 지주사 ㈜효성엔 효성중공업을 포함해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등이 남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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