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연기로 인생 2막…'권유리'라는 뿌리 깊은 나무 [인터뷰+]

입력 2024-03-06 07:33  


뿌리가 단단한 나무 같은 사람. 권유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17년간의 연예계 생활 동안 모진 풍파도 겪고, 개인적인 부침도 있었지만, 소녀시대 활동을 자양분 삼아 이겨냈다. 아, 이건 권유리의 '마음의 소리'다. "부담감이요? 이겨냈어요. 이건 취소! 꾸준히 하고 있어요."

2007년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한 권유리는 드라마 '못 말리는 결혼'을 시작으로 '패션왕', '동네의 영웅',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피고인',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드라마와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노브레싱',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긴 담금질 끝에 권유리는 영화 '돌핀'을 통해 스크린 첫 단독 주연을 맡게 됐다.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 나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KAFA) 15기 배두리 감독의 장편 독립영화다.

권유리가 연기한 나영은 아름다운 바다 마을 서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각기 다른 이유로 고향을 떠날 준비를 하는 주변 인물들을 보며 흔들리는 인물. 이때 우연히 접하게 된 볼링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게 된다.

화려한 무대의 모습을 말끔히 지우고 생활감 있는 셔츠에 바지, 생기를 지운 얼굴의 권유리는 생소하면서도 신선했다. 그동안 선보였던 모습과는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이번 작품에 임하는 권유리의 목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라 기존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달랐어요. 뭔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나영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이미지들을 비우고, 저를 다 닦아냈어요. 가장 생기있는, 에너제틱한 모습과의 정반대인 제 모습을 꺼내려고 노력했죠."


감정의 기복이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것이었다. 권유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처가, 아픔이 이게 맞아요? 이 호흡이 맞아요? 라는 질문을 계속했다"며 "배 감독과 길해연 선생님이 확신을 많이 줘서 새로운 캐릭터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돌핀'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면서 권유리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족함을 집어내는 데 신경을 쓰느라 모니터링이 힘들 지경이었다고. 그는 "'돌핀'은 달랐다"며 "모든 캐릭터에 이입이 되어 불쌍하고 안쓰럽고 애틋했다. 서사에 집중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직업적으로 늘 표현해야 하는 입장이었어요.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을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자꾸만 이야기해야 했고, 드러내야 했다면 그것이 경쟁력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돌핀'을 통해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권유리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한발 성장했다. 그는 "스크린에 걸릴 수 있도록 완주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며 "이렇게 거창하게까지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작품에 쓰이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 '돌핀'을 통해 이를 행했다는 것, 권유리의 자부심이었다.

그렇다면 소녀시대는 배우 활동을 하는 권유리의 버팀목이었다. 그는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요하게 파지 않더라도 리커버리가 됐다"며 "책임감을 8분의 1로 나눠서 가벼웠다"고 했다.

"풍파가 많은 세상에 뿌리 깊은 나무라도 흔들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소녀시대는 흔들리다가도 중심을 잡게 해주는 원천이고 자부심이에요. 소녀시대를 하면서 정말 힘들 때도 많았고 가고자 하는 길에 온전히 도움만 될까 하는 의문을 품었을 때도 있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시대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방해되지 않는, 도움밖에 안 되는 엄청난 득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권유리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제2막도 소녀시대에서의 경험은 피와 살이 됐다. 그는 "남들이 이 나이 때에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10대, 20대 때 압축적으로 빠르게 경험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치고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해야 했죠. 정말 빠르게 10대, 20대가 흘러갔고 빠른 시간 안에 크고 화려한 것들을 해냈어요. 나 혼자 힘으로 소화하기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죠. 나는 생각보다 속도감이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괴리감이 크더라고요. 반면 용기도 많이 생겼어요. 나 이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네? 예능도 잘하는데? 솔로도 되는데? 이런 것 말이에요(웃음)."

단단해 보이는 권유리도 새로운 도전은 늘 떨렸다. 그는 "내가 갖고 이루어 낸 것이 많고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행여나 그게 다 없어질까 도전하는 게 걱정이 많이 됐다"면서도 "연극 같은 걸 도전하면서 그걸 꼭 쥐어야지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함께 했던 신구 선생님이 88세이신데 무대를 서고 계세요. 따라가고 싶어요. 잃어버릴 게 많지 않은데 왜 난 그렇게 집착했을까, 좀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실패해도 되고, 넘어져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했죠. 배우와 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선배들을 보며 큰 용기를 많이 얻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되어야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녀시대에서 홀로 서려던 시간을 떠올리며 "매일같이 흔들리지만 잘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ING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무엇을 하든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기질적으로는 좀, 온전히 쏟아내는 데 익숙한 사람이죠. 하려고 했던 걸 하지 않으면 성에 안 차요. '아 힘들어' 하면서도 몰입하고 있으면 힘든지 몰라요. 왜 이렇게 삶이 피곤한가 했는데 그래서인 것 같아요. (웃음)"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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