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휘청이자…다시 불 붙은 중국인의 '황금 사랑'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2024-03-08 07:51   수정 2024-03-08 11:08


금은 중국을 이해하는 코드의 하나입니다. 중국인 만큼 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도 많은 사람이 춘절을 맞아 용(龍) 모형의 '용 골드'를 구입하기 위해 금은방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중국 시중은행 창구에서도 '골드바'를 구매하려는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젊은이를 중심으로 용모형의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려 품귀 현상마저 생겼습니다. 중국인의 금 사랑은 식을 줄 모릅니다. 지난 춘절은 밸런타인데이와 맞물려 금 열풍이 오래 지속됐습니다. 춘절을 지나면서 금 판매량이 작년보다 60% 증가하자, 신문에서 금 구매는 이성적 판단으로 하고 맹목적 추종 매입을 경계하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금은 다양한 형태의 상징물을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이 특성 덕분에 장인들이 보석과 금을 조합해 장식품을 만드는 데 활용해왔습니다. 특히 금은 상류 사회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예컨대 고대 왕들은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머리에 금관을 썼습니다. 일각에선 심지어 금을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금은 중국의 도교에서 단약을 만들거나 전통 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활용됐습니다.

특히 중국인의 금 사랑은 뿌리가 깊습니다. 중국 전통문화에서 금은 부, 풍요, 번영, 그리고 행운을 상징합니다. 또 누런빛의 황금은 신성하고 숭고한 물질로 권력과 위신 그리고 행복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울러 중국인들은 춘제(설), 결혼식·생일·축제 등 기념일에 금을 선물하곤 했습니다. 어려운 부탁을 할 때도 금을 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중국과 같이 전쟁을 자주 치른 나라에선 간편하게 몸에 지닐 수 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금을 지니는 풍습이 발견됩니다. 객사한 거지의 몸을 뒤져봐도 자기가 죽은 후 장사 지내 달라는 쪽지와 함께 금덩어리 하나쯤은 남기고 있을 만큼, 금은 생존 수단의 하나였습니다.

현대 중국인은 전쟁 발발의 위험이 있거나 경제위기를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황금에 투자합니다. 또 코로나19를 겪은 후 저축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금을 사 모으고 있습니다. 도시조차 원천 봉쇄당하는 충격적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민은행도 상당한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외환 보유를 다양화하고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금 보유고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투자자들은 금을 사들여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금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점도 중국인의 금 구매 의욕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이 경제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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