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식에 사직 발표까지"…'증원 반발' 의대 교수들도 나섰다

입력 2024-03-05 17:03   수정 2024-03-05 17:06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치닫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 10여명은 의대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삭발식을 단행했다. 류세민 의대 학장(흉부외과 교수)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 교수)이 삭발에 참여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사직 의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교수는 SNS에 올린 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에서 한 외과교수도 SNS에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임의들도 잇단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의미한다.

현재 전공의들의 자리를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메우는 상황에서 전임의·교수마저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원들도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들은 수술 축소, 진료 연기에서 나아가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 수를 대거 축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등을 검토하면서 남은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 중으로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도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 목요일 외과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해는 고스란히 죄 없는 환자들의 몫이 됐단 지적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고통과 피로도는 점점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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