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줄로 '찍찍'…'청년 연령 상향' 하루 만에 백지화한 정부 [관가 포커스]

입력 2024-03-06 10:43   수정 2024-03-06 10:56

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선 국무조정실, 여성가족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이 열렸다. 다음날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청년 관련 민생토론회 안건에 대해 사전 설명하는 자리였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년 연령을 만 34세에서 39세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다. 사회진출과 입직, 결혼이 느려지는 추세를 반영해 청년 연령을 상향하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 연령을 39세까지 늘리긴 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상향이 추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도 최근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39세까지 청년 연령 기준을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제는 청년 연령 상향이 청년기본법만 개정하면 되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세법에서 청년은 대부분 34세까지로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5년간 소득세를 90% 감면받을 수 있다. 청년 연령이 상향되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 대상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청년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각종 부동산·금융 혜택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청년기본법 개정에 따라 각종 세법 등 모든 법과 시행령도 이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 청년 대상 확대에 따라 막대한 재정·조세지출 확대도 불가피하다. 어림잡아도 연간 수조 원의 추가 지출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도 청년 연령 상향에 따른 재원 문제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다음날에 터졌다. 국무조정실은 민생 토론회 개최 세 시간 전인 6일 오전 10시50분께 출입기자단에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전날 브리핑 및 자료에 포함됐던 ‘청년 연령 상향’ 안건을 삭제했다는 내용이었다. 민생 토론회 브리핑의 핵심 안건을 불과 행사 개최 세 시간을 앞두고 삭제한 것이다.

통상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는 관계부처가 미리 상당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대책을 논의한다. 부처 간 조율과 검토를 거쳐 최종 대책을 만들고, 이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알리는 것이다. 통상 행사 개최를 앞두고 보도자료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핵심 안건을 하루 만에 삭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삭제 원인에 대해선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담당과장은 “청년 연령 상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기재부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청년 민생토론회 자료에서도 국무조정실이 사전에 만든 청년 연령 상향 내용이 그대로 포함돼 있었다. 대신 빨간 줄로 해당 내용에 줄을 그은 채 배포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공개한 핵심 안건을 국무조정실 판단에 따라 삭제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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