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자동차 소프트웨어 패권, 누가 쥐게될까

입력 2024-03-07 07:40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1위 리눅스 위협
 -애플, 자동차 대신 차세대 카플레이 집중
 -자체 OS, 소비자에게서 구글·애플 떼낼 수 있냐 관건

 언제부턴가 모니터가 자동차 인테리어의 전부인 경우가 흔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전통적인 제조사를 비롯해 BYD와 니오, 리샹 등 급성장중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최신 제품도 비슷한 트렌드를 따른다. 그리고 이 화면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패권을 두고 조용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건 2000년대 후반 들어서다. 상하이자동차(SAIC)의 로위 350이 안드로이드를 내장한 최초의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판이 흔들린건 2013년.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자동차 화면에 스마트폰 OS가 구현되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등장 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쉐보레 스파크에 처음 애플 카플레이가 도입됐다. 같은 해 현대차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현재는 사실상 거의 모든 자동차가 두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다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소비자들의 주요 선호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상황. 

 구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2017년 등장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주인공이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스마트폰 OS를 미러링 하는 방식이었다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차의 인포테인먼트를 직접 통제하는 운영체제 그 자체다. 구글 지도, 구글 플러스, 구글 나우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특유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각 제조사들에 특화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커스터마이즈 한 제조사는 현대차와 볼보차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인포테인먼트는 구글 대신 카카오의 자연어 기반 음성인식 시스템을 내장했고 여기에 구글 플러스 대신 넷플릭스와 웨이브, 왓챠 등의 OTT를 넣었다. 볼보와 SKT가 만든 티맵 인포테인먼트는 티맵, 플로, 누구 등 SKT의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다. 이 외에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구글과 손 잡고 자체 인포테인먼트를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설계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성장세는 아주 가파르다. 출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을 추월했고 이어 2021년 블랙베리 QNX를 제쳤다. 현재는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눅스를 위협하는 상황. 업계는 이르면 올해 중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가 리눅스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2022년부터 자동차용 OS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해 세계 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한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만 국한됐던 기존의 애플 카플레이와는 달리 iOS가 차의 각종 기능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게 핵심. 기존에는 GPS값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만 접근했지만 이제는 자동차의 운행 속도, 연료 잔량, 엔진 온도 등 ECU의 주요 영역까지 파고들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익숙한 iOS가 반갑게 느껴지겠지만 자동차 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 연결 한 번 만으로 자신들의 차가 '애플카' 그 자체가 될 수 있어서다. 더욱이 폐쇄적인 성격의 iOS 성향을 생각해보면 안드로이드만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이 같은 흐름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가 시장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OS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면 자동차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앱 정책이나 요구에 따라 OS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강제 업데이트 해야 하는 등 차 제어에 대한 권한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결국 자동차 회사가 IT 회사 디바이스의 '하청'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GM은 최근 미국 내에서 출시되는 신차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더욱 발전된 개념의 자체 OS '온스타'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전담조직 카리아드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자체 OS 기반의 통합 앱스토어를 공개하고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다양한 기능들을 차에서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그룹 산하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자체 앱을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폭스바겐그룹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도 개방할 예정이다. 

 반면, 포드는 독자 노선 보다는 협업을 선택했다. 짐 팔리 CEO는 "자동차 업계는 이미 (애플, 구글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며 독자 소프트웨어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향후 디지털 생태계 속 자동차 시장은 구글과 애플을 받아들일 곳, 그리고 자체 운영체제를 짜기 위한 제 3지대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느쪽이 대세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애플과 구글 시스템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단번에 자체 OS를 택한 제조사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완성차 회사들은 혁신적인 기능과 기술 구현이 필요하다. 

 유니티, 언리얼 등 게임 엔진과 손을 잡고 차 내 경험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각 산업별 경계가 무너진 지는 오래다.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든 만큼 자동차 소프트웨어 패권을 둘러 싼 시장 선점과 기술 발전을 유심히 지켜봐야 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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