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왜 죽을 길을 가냐’는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험지를 선택하면서까지 출마한 것을 보면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나 싶다.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은 40~50년 전 투자해 놓은 것인데 정치는 다음번 당선되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앞으로 뭐로 먹고살아야 하는지 고민은 전혀 안 한다”는 지적은 빼고 보탤 것이 없다. 29년 전 ‘4류’라는 뼈아픈 지적을 받은 우리 정치는 그간 나아지기는커녕 퇴보만 거듭해왔다. 팬덤과 극단적 대결, 이념 과잉으로 인한 고질적 병폐가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면서 축소 지향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과 법인세율, 선진국에도 없는 겹겹의 신산업 규제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이라는 정치권의 선동에 가로막혀 요지부동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거부해놓고 “소상공인 지원”을 뻔뻔하게 외치는 등의 이율배반은 이미 면역이 돼 버렸다. 반도체 송전선을 연결하는 데만 5년을 허비토록 한 것도 그 이면에는 저열한 정치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총선 공천에서 드러나는 난맥상도 정치 퇴행의 적나라한 현장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대에 부응하고 희망을 만들어줄 새 인물은 좀처럼 찾기 힘들고, 그들만의 공천 다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래 좌표는 안 보이고, 눈앞의 퍼주기만 횡행한다. 이번에도 위성정당으로 선거를 어지럽히고, 종북·괴담 인사들의 국회 진출 길을 터주는 난장판이 펼쳐지고 있다. 피의자들이 대표가 되고, 당을 만들어 정치를 농락하고 있다. 기소되면 불출마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었는데,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오히려 민주 투사가 된 양 행세하고 있다. 총선 뒤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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