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분야 기관·단체들이 연구 조직을 늘리고 있다. 가상자산과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등으로 회계 영역이 넓어지면서 각종 회계 처리·감사 기준과 새 정책 제언 거리를 연구할 필요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당초 한국회계연구원으로 시작한 기관이다. 2006년 현재 이름으로 변경해 업무를 확장했다. 이런 회계기준원이 이번에 회계연구원을 새로 설립하는 것은 기존 대비 회계 기준 연구·해석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업·기관 등의 회계처리 근거가 되는 법은 외부감사법이다. 자본시장법도 외감법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을 잡으라고 명시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은 이에 대한 '응수' 격으로 회계 관련 법안을 아예 새로 추진할 전망이다. 회계연구원을 통해 기업 회계 관련 법안 제정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외부감사법은 감사인 위주로 설계돼 있어 기업을 주체로 회계 전반을 다루는 별도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안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 회계 처리 판단에 대한 '무게추'는 외감인인 회계법인 등에서 기업 쪽으로 좀 더 옮겨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가 기준 단계부터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회계법인, 회계처리 자문을 맡은 한영회계법인 등이 적정 판단을 냈는데도 그렇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 택시기사 등을 엮어 삼각구조로 택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택시기사는 케이엠솔루션에 가맹 수수료를 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광고료와 정보이용료를 택시기사에 준다. 최종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운임의 3~4% 상당액을 받아가는 구조이니 그만큼만 매출로 잡았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각 항목을 별도로 잡아 각각 매출·비용으로 계상해왔다.
금감원은 이르면 오는 21일 카카오모빌리티 사안을 자체 감리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 사인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되면 비슷한 구조로 플랫폼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회계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연석회의 상에선 규제기관인 금감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센 것으로 알려졌다. 연석회의엔 금감원 인사 다섯 명, 기준원 인사 다섯 명, 민간 인사 세 명이 참여한다. 회계법인과 기업에 대한 감독·규제기관인 금감원이 특정 기준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내놓을 경우 민간 측에선 이견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의견이 항상 국제 기준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으로 볼 것인지 부채로 볼 것인지 판단이 그런 사례다. 금감원은 2019년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출하고 기업에도 영구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근 ISSB는 영구채를 자본으로 본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회계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것도 기준 해석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금융감독당국이 포괄적인 회계 처리 기준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무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해석의 영역인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엔 가상자산, 핀테크, 플랫폼 등 새로운 산업 분야가 늘면서 회계처리 기준도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는 ESG도 공시 사항이 될 예정이라 이 또한 회계 영역에 들어간다.
기업들도 회계 기준 해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회계 기준은 세부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각 기업의 회계처리만이 아니라 경영 방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회계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만큼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기준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