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부역자 발견시 총살감'…도 넘은 전공의 블랙리스트

입력 2024-03-08 09:01   수정 2024-03-08 09:26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실명이 담긴 리스트가 공유됐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 부르며 친일파 이완용에 빗대기도 했다.

한 전공의는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글에는 원색적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린다며 "면허정지보다 내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복귀 전공의 실명 공유 및 협박성 댓글에 ‘구속 수사’를 거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최근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얼마 전 전공의들을 상대로 병원에서 나오기 전 자료를 모두 지우고 처방전을 바꿔놓으라는 지령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압수수색 했던 곳이다.

해당 리스트에는 '후배들 등에 칼을 꽂았다'며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특정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실명이 담겼다.

또 다른 글에는 이름 전부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병원과 세부 전공까지 상대를 특정할 수 있는 명단이 담겨 있었다.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 이른바 '참의사 리스트'다.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들을 '참의사'로 부르며 비아냥거리고, 친일파 이완용에 빗대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부역자는 발견하면 총살감", "명단공개 정도면 신사적"이라는 등 강도 높은 댓글도 이어졌다.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며 낙인찍기를 하는 것이다.



한 전공의는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처음부터 정부 정책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파업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다"고 적었다.

그는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 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며 "의사 커뮤니티에 참의사 명단이라며, 어느 병원에 몇 년 차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고 김O준 이런 식으로 실명까지 적혀있다. 제보하면 바로바로 추가하겠다고 말하고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쌍욕에 패드립, 밤거리에서 뒤통수를 후리겠다는, 칼을 배XX에 수셔버린다는 댓글들이 수백개 달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단 내에서 공격받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에 정부는 유감을 표했다. 전 실장은 "악성 댓글 공격을 받고 지금이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전공의들을 향해 이른바 '자료 삭제 지침 글'을 쓴 최초 작성자 의사 A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조만간 그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업무와 관련한 전산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하면 복구할 수 있는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는 등의 내용을 썼다.

경찰은 A씨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서울 소재 한 병원 현직 의사로 알려졌다.

"나는 의사를 성직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일, 이보다 더 성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픈 사람들 목숨줄을 튕기면서 돈 더 벌겠다고 나서는 일에 이렇게나 일치단결할 수 있는 집단의식이 놀랍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이들이었네.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다."

자료삭제 지침 글을 쓴 의사의 신원이 밝혀진 후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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