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걸 빼돌려?"…구글 개발자 퇴사 3일 만에 '발칵' [조아라의 IT's fun]

입력 2024-03-09 14:21   수정 2024-03-09 15:29


"구글 컴퓨팅을 그대로 복제하고 업그레이드 하면 됩니다."

구글 개발자 딩린웨이 씨(38)는 지난해 11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투자 설명회에서 "구글에서 1만장짜리 계산능력이 있는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경험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2월26일 딩 씨는 미국 구글을 퇴사하고 중국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그가 구글을 나간 뒤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회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AI 기술을 대거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아니 감히 이걸 빼돌려?"…구글 발칵 뒤집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기술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뉴어크 자택에서 중국인 개발자 딩린뒈이 씨를 체포했다. 그는 구글의 AI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구글은 딩 씨가 퇴사한 그의 행보를 수상히 여겼다. 이후 구글 관계자는 딩 씨가 퇴사 전 중국 AI 스타트업의 CEO로 투자자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네트워크 활동 기록을 살펴보던 구글 측은 그가 허가받지 않은 자료들을 빼돌린 흔적을 발견했다. 지난 1월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딩 씨의 자택과 전자 기기를 압수수색했다. 그가 구글에서 훔친 500개가 넘는 기밀 정보 파일이 담긴 개인 계정도 추가로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딩 씨는 구글의 대규모 AI 슈퍼컴퓨터 데이터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조사 결과 그는 구글 슈퍼컴퓨팅 데이터 센터가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통해 거대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플랫폼과 '설계도'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인프라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2019년 구글에 고용된 딩은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탐지 시스템을 피해 영업 비밀이 포함된 자료를 개인 계정으로 유출했다. 기술 유출 뿐만 아니라 그는 비밀리에 '겸직'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에 본사를 둔 한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매월 1만4800달러(약 2000만원)에 달하는 급여와 보너스, 주식 등을 받았다.

그는 이와 별도로 중국 스타트업을 몰래 설립했다. 퇴사 후 머무를 '둥지'까지 마련한 셈이다. 구글은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 딩은 실제로 중국에 머무르면서 미국 구글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다른 직원에게 자신의 배지로 사무실에 출입하도록 했다.

딩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최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FBI 국장은 성명에서 "중국에 근거지를 둔 기업과 연계된 이들이 얼마나 미국의 혁신을 훔치려고 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빼간다…애플 기밀 계약서 사인 '소용없네'

중국계 개발자가 미국 IT회사의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전직 애플 기술자 왕 씨가 중국으로 도피한지 거의 5년 만에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돌려 중국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씨는 2016년 3월 자율주행 개발팀의 일원으로 애플에 입사했고, 기밀 유지 계약에도 서명했다. 이후 왕 씨는 2018년 4월 애플을 떠났는데, 새로 취업한 회사가 중국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곳으로 파악됐다. 당국이 그의 전자 기기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왕 씨는 자율주행차 관련 애플의 데이터 대량으로 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 씨는 압수수색 당일 중국으로 도주했다.

왕 씨와 같은 시기 애플에서 근무한 장 씨 역시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2015년부터 3년간 자율주행차 회로기판 설계 및 시험 업무를 맡았다. 그는 애플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자율주행 부문 기밀 정보가 담긴 파일을 내려받은 것이 발각돼 공항에서 체포됐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유출이 잇따르자 미국 정부는 AI 관련 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 2인자인 리사 모나코(Lisa Monaco) 법무차관은 법무부가 기업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마다 회사의 AI 기술 위험 관리 능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치는 기술을 유출한 구글 전 개발자 딩 씨의 기소 발포 이후 하루 만에 이뤄졌다. 모나코 차관은 "모든 신기술은 양날의 검이지만 AI는 아마 가장 날카로운 칼날일 것"이라며 개인과 기업에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 역시 "법무부는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인공지능과 기타 첨단 기술의 도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AI 분야에서 중국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양국간 기술 격차는 2016년 2.3년에서 2021년 0.8년으로 줄었다.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감소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실제로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44개 핵심 기술 연구 분야 중 37개 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AI를 비롯해 로봇공학, 생명공학, 양자기술, 특히 우주 관련 기술 등 핵심 연구 분야에서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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