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시너지 내려면 농협맨" vs 금융지주 "전문성 위해 증권맨"

입력 2024-03-08 18:14   수정 2024-03-09 02:41


농협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전문가가 회사를 운영해야 증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초대 대표인 김원규 사장과 현 정영채 사장 등 ‘증권맨’들이 경영을 맡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생각은 달랐다. NH투자증권이 독립 경영을 이유로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과 증권, 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 부진 이유도 NH투자증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서 찾는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10년 만에 ‘농협맨’을 NH투자증권 사장에 앉히려는 이유다.
○“농협 울타리에 들어와야”
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63)과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57),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60) 중 한 명을 사장 후보로 선정한다.

강 회장이 차기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추천한 후보는 유 전 부회장이다. 그는 1988년 입사해 2022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만 몸담았다.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 회장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NH투자증권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했지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따른 농협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이 발생했다”며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농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야 할 시점이라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농협금융의 입장은 딴판이다. 유 전 부회장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두 후보는 모두 증권맨이다. 윤 대표는 NH투자증권에서 20년간 커버리지, 투자은행(IB) 영업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을 ‘IB 명가’로 키운 공신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 전 부사장도 삼성증권에서 자산관리본부장과 리테일부문장 등을 지냈다.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가나
사장 추천권을 쥔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첫 승부처로 꼽힌다. 작년까지 임추위원 4인(전홍열·홍석동·홍은주·서대석) 중 절반인 2명이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였다. 올 들어 임추위가 3명(박민표·홍은주·문연우)으로 구성되면서 농협중앙회 출신은 NH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을 지낸 문연우 이사 한 명으로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추위의 농협중앙회 측 인사 비중이 50%에서 33.3%로 감소하면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임추위와 이사회가 유 전 부회장을 차기 사장으로 추천하지 않을 경우 양측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중앙회가 26일 열리는 NH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표이사 취임에 필수적인 사내이사 선임안 통과가 무산되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 최대주주(지분 56.82%)인 농협금융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변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를 시작으로 이날부터 NH투자증권 정기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출신 비전문가들이 작년부터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CEO에 선임되는 등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며 고강도 검사를 예고했다.

박재원/김보형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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