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통화정책의 변화 조짐…전환기엔 돈을 많이 잃는다

입력 2024-03-10 18:05   수정 2024-03-11 01:15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물가가 속속 통제권에 들어옴에 따라 우선순위를 경기 회복, 금융시스템 안정 쪽에 둬야 할 신호를 우회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라스트 마일 부주의’ 우려가 약해지고 ‘피벗’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손바뀜 현상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의회 증언에 나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좀 더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온건한 비둘기(mild dovish)’ 발언은 의외였다. 증언 직전까지 라스트 마일 부주의를 경계하면서 ‘강한 매파(strong hawkish)’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양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가진 불만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의 근거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Fed는 금리 변경과 같은 중요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물가를 중시한다. PCE는 특정 품목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 즉 대체효과를 감안하지 못하는 CPI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CPI 상승률은 3.1%지만 PCE 가격 상승률은 2.4%다. PCE로 본다면 체감물가까지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시각이다.


파월 의장 증언 이후 시장에서는 6월 FOMC 회의부터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인하(go)→동결(stop)→인하(go)’ 방식으로 올해는 기준금리 밴드 폭을 현재 5.25∼5.5%에서 4.5∼4.75%로 낮추는 선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3월 점도표에서 중립 금리 수준을 보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의 의회 증언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맞장구쳤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ECB의 목표와 관행을 고려하면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파월 의장의 증언보다 의미가 크다. 같은 수위라고 하더라도 ECB의 피벗 의지가 Fed보다 더 강하게 비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경제는 미국 경제보다 훨씬 부진하다. 체감적으로 ‘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은 독일 등 유로 핵심 국가(good apples)일수록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물가가 통제권에 들어오면 곧바로 ECB의 통화정책 우선순위를 ‘경기 부양’ 쪽으로 선회해야 할 상황이다.

물가 부담이 선진국 중앙은행보다 덜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이미 피벗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금융완화를 추진해 왔다. 올해부터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정책금리 인하를 포함해 모든 금융완화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 강화를 위한 금융완화 정책이 중국 경기와 증시를 살릴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작년 1월 이후 금리를 동결해온 한국은행도 올 3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피벗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3월 회의에서는 오랜만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금통위 위원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Fed의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올해 안에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예외적인 중앙은행도 있다. 바로 일본은행(BOJ)이다. 작년 4월 취임 이후 수익률 곡선 통제(YCC) 상향 조정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추진해온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증시 거품과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급준비율 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문제는 경기다. 작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3.3%, -0.4%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해 침체 국면에 빠졌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과 집권당인 자민당의 지지율을 합친 국민 지지도가 50%에도 못 미쳐 ‘아오키 법칙’에 걸려 있다. 물가를 중시하는 ‘미에노 패러다임’과 경기를 중시하는 ‘대장성 패러다임’ 간 대결이 오랜만에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는 전환기에는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놓지 않으면 돈을 벌기보다 번 돈을 잃을 확률이 높다. 피벗이 기대되더라도 모든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이 오른 자산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균형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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