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산업 범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코셈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사 210곳 중 LG전자, BYD 등 기업 비중이 약 81%(170곳)에 달한 배경이다. 시장조사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35억달러(약 4조61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현미경 시장에서 SEM이 차지한 비중은 41.84%로 가장 높았다.
코셈의 주력 제품은 일반형 SEM보다 크기가 작은 책상거치형 SEM이다. 경쟁사 히타치(8만배)·제올(6만배) 대비 높은 배율(10만배)을 제공한다. 그 외 일반형 SEM과 이온 빔으로 시료를 절삭·연마하는 이온밀러(CP) 판매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8년 연속 외형성장·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 잠정 매출·영업이익은 약 140억원·20억원이다. 매출 70%가량이 수출에서 발생했다.
이어 “한국도 과학기술 축적 50년에 경제 규모가 10위권에 오른 이제 기반이 갖춰졌다”며 “아직 공룡과 설치류의 싸움이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 생각을 드러냈다.
이미 변화는 한 차례 이뤄졌다. 그는 “책상 거치형 SEM을 2011년엔 경쟁제품 대비 60% 가격에 판매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경쟁사 대비 80%까지 올라왔다”며 “타사가 가격을 인하할 때 코셈은 기술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한 덕”이라 말했다.
내년 상용화 예정인 이온밀러 주사전자현미경(CP-SEM)도 시장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당 10억원에 달하는 집속이온빔 주사전자현미경(FIB-SEM)을 산업 분야에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CP-SEM의 예상 가격은 FIB-SEM의 4분의 1 가량인 한 대당 2~3억원이다.
이 대표는 “FIB-SEM은 기능이 많아 기초과학장비 전용으론 적합하다”면서도, “산업용으론 시료 연마 기능에 집중한 CP-SEM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변곡점은 한·일 무역분쟁이었다. 이 대표는 “일본이 소재·장비 분야 수출을 금지하면서, 다른 분야도 얼마든 무역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이후 연구·교육 현장 판로를 개척해 기반을 닦은 덕분에 코스닥 상장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일본·독일·미국 회사처럼 종합 솔루션(제품) 회사로 도약하는 게 중장기 목표다. 이 대표는 “업계 1위 써모피셔 등 기초과학장비 기업 대부분이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고객사가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갖게 한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코셈도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종합 솔루션 회사로 도약해갈 예정”이라 전망했다.
이어 “람보르기니가 아무리 비싸도 매출로는 현대차를 이길 수 없다”며 “코셈이 기초과학장비 시장에서 ‘현대차’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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