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틱톡 전쟁

입력 2024-03-11 17:47   수정 2024-03-12 00:12

틱톡으로 엿보는 세상은 가끔 비현실적이다. 마치 딴 세상 일처럼 너무 재미있고 자극적이어서다. 15초 남짓한 숏폼(짧은 동영상) 속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틱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 세계의 일도 꽤나 요지경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주 틱톡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 강제매각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13일 예정)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이 끝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이내에 사업을 털고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 명색이 자유시장경제 종주국에서 민간기업에 ‘사업을 접어라 마라’ 명령하다니, 얼핏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틱톡의 그간 행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이 미국 사용자 정보에 반복 접속했음을 보여주는 틱톡 내부 회의자료가 한 기자의 추적으로 2년 전 폭로됐다. 틱톡의 대응이 더 결정타가 됐다. ‘자료유출 책임자를 색출하겠다’며 미국 기자 2명과 자사 직원들의 동선을 추적한 게 또 폭로된 것이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 관련 틱톡 동영상도 친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강제매각 입법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말하자면 미국 의원들에게 틱톡은 한낱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다.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빅브러더에 맞서 자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틱톡 전쟁은 중국발 ‘글로벌 경제 정치화’의 단면이다. 중국 정부와 바이트댄스는 강제매각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반발하지만 정작 중국 내에선 틱톡 앱 사용이 막혀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른 나라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또다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라며 4년 전 ‘틱톡 매각 행정명령’까지 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입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틱톡이 떠난 자리를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차지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틱톡 매수전에 참전할 것이란 관측이 돈다. 틱톡을 이용해 AI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어서다. 작은 틱톡 세로창을 둘러싸고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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