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알이면 HIV 치료…'신약벤처 롤모델' 길리어드

입력 2024-03-12 17:55   수정 2024-03-13 09:50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신약 개발사 길리어드사이언스 본사 입구에 들어서자 높이 3m가 넘는 붉은 리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에이즈(AIDS) 환자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를 기리는 형상이다. 길리어드는 만성질환처럼 평생 약을 써야 하는 HIV를 완치시키는 약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본사 입구 동상은 그런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HIV 치료제 시장 독보적 1위
리본 형상 아래에는 길리어드가 지금까지 개발한 약들의 발자취가 필름 형태로 새겨져 있었다. 1996년 길리어드가 처음 선보인 망막염 치료제 ‘비스타이드’부터 가장 최신 약인 HIV 치료제 ‘선렌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1987년 설립된 길리어드는 HIV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시장점유율은 50%를 웃돈다. 혁신적인 신약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해 온 결과다. 이 회사의 ‘빅타비’는 하루 알약 25개를 먹던 환자가 단 한 알만 복용할 수 있게 해준 약이다.

제라드 베턴 길리어드 HIV임상개발 총괄 부사장(사진)은 “길리어드는 30년 넘게 HIV 치료제를 개발해 오고 있다”며 “현재는 HIV를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아예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HIV 환자들에 새 삶 기회
길리어드는 최근 미국 덴버에서 열린 바이러스학회에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1주일에 한 번 알약을 먹거나 1년에 두 번 맞는 주사로 기존의 매일 복용하던 약(빅타비)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몸속 바이러스가 거의 없다시피 유지돼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외부로의 전염 가능성도 없었다. 길리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완치 약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턴 부사장은 “완치 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HIV를 만성질환처럼 유지·관리하게 해주는 기존 약의 효능이 우수하고 안전해 기존 약의 안전성을 뛰어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HIV를 천연두처럼 인류 역사에서 몰아낼 때까지 힘쓸 것”이라고 했다.
신약 벤처의 ‘롤모델’
길리어드는 신약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롤모델이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바이러스제’ 한우물을 파서 글로벌 톱10 제약사 반열에 오른 드라마틱한 성장 이력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설립 초기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가 투자금을 날리기도 했다. 반전의 시작은 독감약 타미플루였다.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그해에만 31억5000만달러(약 4조1280억원)어치가 팔렸다.

두 번째 히트작은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였다. 방치하면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C형간염 치료율은 50%에 그쳤다. 소발디는 치료율을 95%까지 끌어올렸다. C형간염 완치 시대를 연 셈이다. 출시 첫해인 2014년에만 100억달러 매출을 올리며 세계 시장 1위에 올랐다.

길리어드는 항암제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7년 120억달러를 들여 카이트파마를 인수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예스카타’는 이 분야 글로벌 1위다. 유도미사일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도 주목받는다.

길리어드는 연구개발(R&D)에 공격적인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21.2%다. 매출 1위인 화이자(18.3%)보다 높은 수치다.

샌프란시스코=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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