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선언 의미

입력 2024-03-12 17:59   수정 2024-03-13 00:16

그 어떤 때보다 올해 3·1절 기념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관심이 높았다. 3·1운동은 제국주의 광풍에 맞선 민족자결 운동으로서 세계사적 의미가 크다. 한민족은 일찍 깨어 있었지만, 10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반도에 통합된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공격적인 국가주의로 전환하면서 분리된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더는 남한을 동족으로 보지 않고 자주평화통일을 거부하면서 오로지 무력으로 점령하는 ‘영토 완정’을 국가의 최고 목표로 공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3·1절 기념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밝힌 ‘통일선언’은 의미가 크다. 북한의 반민족적, 반통일적, 반평화적 선포와 달리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통일을 지향함을 명백히 밝혔다. 특히 대통령의 역사적·헌법적 책무로서 통일을 재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했다. 우리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포함해 자유민주적 질서를 강조한 통일론을 밝힘으로써 소위 ‘두 국가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 상황에서 두 국가론은 미·중의 전략적 경쟁으로 심화한 대립적 국제관계와 연동돼 분단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핵심은 일본과의 관계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상화한 한·일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불확실한 세계정세를 감안할 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인접 국가 일본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은 전 세계를 긴장시킨다. 동맹을 비용 편익으로 치환해 거칠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소환된다. 그때 한·일 관계는 최악이어서 미국과 ‘특별협정’(SMA)을 통해 분담금을 제공하는 두 국가가 전혀 협력하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한다면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공동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한·일 협력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통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득하는 동력도 된다. 작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의 결과다. 더 큰 틀에서 한·일 협력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 법치, 인권, 평화적 분쟁 해결, 항행의 자유 등 자유주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군사·경제적 역량까지 갖춘 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함께 대응할 때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앞으로 숙제도 남아 있다. 통일을 부정하는 북한과 국내 젊은 세대 중 35%만 통일 필요성에 긍정적으로 응답(KINU 통일의식조사 2023)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불변의 사실을 인정하며 남북한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특수관계로 규정해온 ‘한반도의 특수성’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민족 개념을 뺀다면 남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로만 남게 된다. 동시에 민족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가 강조되는 21세기에 적합한 정책도 요구된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조합하는 정교한 통일전략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관계도 쉽지 않다. 역사적 앙금으로 인해 국민 감정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분리한다는 이중 접근은 성공보다는 실패 경험이 더 많다.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지난한 숙제는 지속된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통일과 협력적 한·일 관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분명히 한 이상 길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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