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승 "장기투자 문화 만들려면…기업에 확실한 보상줘야"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⑥]

입력 2024-03-23 07:00  


"국내 증시는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할 근거가 부족합니다. 어떠한 정책이든 페널티만 강하고 인센티브가 없으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죠. 주주환원에 스스로 나선 기업에 확실한 보상을 줘야 합니다."

신동승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채권평가 회사인 한국자산평가에서 10년을 재직했던 신 대표는 2010년 한국펀드평가로 적을 옮겼다. 이후 회사 지휘봉을 잡은 지 15년째다. 과거 '펀드 광풍' 때부터 라임·옵티머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를 때까지 펀드 시장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전문가다.

그는 "예전에는 '펀드를 안 하면 바보' 소리를 들었는데 요새는 '펀드를 하면 바보' 소리 듣는다"며 "공모펀드는 자본시장이 계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펀드 시장을 '현상유지'가 아닌 '활성화'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부의 증시 밸류업 개선 어떻게 보는가.

"가야 했던 길이다. 방안의 전반적인 목표와 방향성은 뚜렷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단계별 목표에 대한 세부정보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거나 배당을 한 기업들에 차별성 있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 관련 내용이 추가로 담기길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근거도 부족하다. 페널티가 없는 게 방안을 관통하는 큰 주제라면 인센티브가 그만큼 강력해야 기업들의 참여가 높을 것이다. 과거에도 제도의 취지는 좋을지라도 확실한 보상책이 없으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더러 있었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세제 지원 방침에 대한 내용도 있어야 한다."

▷밸류업 지원방안에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이 담겼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이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경영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일련의 지침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회사는 기금 위탁자산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기관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단기 주가 변동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결국 기관도 주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기관을 끌어들일 유인이 모호하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지수를 만들어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로 돈이 모이게끔 한다는 전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인식이 중요하다. 해당 지수를 활용한 상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지가 중요하다. 지수에 포함될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이 명확하고 투명하다면 투자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모펀드 시장의 현주소는.

"공모펀드는 전문가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적용해 자산을 굴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음에도 현재 정체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른 수익률 저하나,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 운용 등으로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지지 않았나. 이것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운용역은 펀드를 굴리는 데 있어서 최대한 많은 부분들을 투자자와 세세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공모펀드 말고도 투자 상품이 많다.

"공모펀드는 자본시장이 계속되는 한 꼭 필요하다. 많은 국민이 금융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파생 상품이라든지 대체 투자 등의 경우에는 이미 잘 아는 투자자가 접근하겠지만, 공모펀드는 내가 잘 모르더라도 운용역에게 맡김으로써 투자할 수 있다. 공모펀드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당국이 '공모펀드의 ETF 상장'을 내걸었다.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기존 공모펀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본다. 직접투자 시 동원되는 시간적, 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은 간접투자만의 큰 장점이다. 공모펀드 시장이 절대 사라질 수 없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TF의 틀을 빌리되 공모펀드 장점을 살리는 방안은 최선이었다고 본다."



▷세제 혜택이 어느 정도 유인이 될까.

"세제 혜택은 꼭 담겨야 한다. 공모펀드는 장기투자를 겨냥한 상품임에도 세제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급여 형편과 무관하게 일정금액 이상 펀드에 투자하게 되면 세액 공제를 해준다든가 혜택을 준다면, 수익률에서 오는 불만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당국은 '투자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판매사의 펀드 위험등급 모니터링 강화, 온라인 설명의무 강화 등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했다. 우리 평가사에서도 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받아 투자자 신뢰 제고에 기여하고 싶지만 아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 건가.

"사모펀드 운용사의 각종 펀드 데이터들이 대표적이다. 취득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자의적으로 제출하는 경우 아니고서야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깜깜이 운용이다. 사모펀드 데이터도 취합된다면 사모펀드 부실 사태 등과 같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들을 미리 잡아낼 수 있다. 거짓된 설명자료로 돈을 끌어모았다가 못 돌려줬던 '라임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제도를 손질해 펀드평가사만큼은 공모펀드든 사모펀드든 모집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운용사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이들 펀드에 대한 성과와 위험 평가를 할 수 있다. 실현되면 투명성을 높여 사고 위험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3편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를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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